연합뉴스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1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인사를 앞둔 가운데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도 연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대대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 속에 고위 검사들의 이탈이 본격 시작된 모양새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0여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심 총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전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서가 수리된다면 1988년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된 이후 중도 퇴임하는 16번째 총장이 된다. 퇴임식은 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다.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도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신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며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신 검사장은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최근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뇌물수수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해왔다.
역시 '특수통'인 양석조 동부지검장도 내부망에 "어려운 시기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해선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며 "사법기관 간 책임의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이리저리 헤매던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더 큰 마음의 화상을 입어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 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 상태도 솔직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양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반부패부(중수부 후신) 선임연구관,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지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시 비리 사건 당시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무혐의'를 주장하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했다는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사를 앞두고 간부급이 사의를 표명하는 경우는 관례처럼 있었지만 올해는 정부의 검찰 개혁이 예고된 상황이라서 조직은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편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성상헌 대전지검장이, 이창수 전 지검장의 사퇴로 공석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