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정부 내각의 윤곽이 드러났다. 최우선 과제인 경제살리기에는 이른바 '늘공'과 산업계 인사를 안배해 안정과 효율의 균형감을 신경썼다. 반면 사법개혁과 관련한 자리에는 '믿을맨'과 검찰출신 인사를 배치, 개혁의지를 드러냈다.
하룻새 장·차관급 18명 인선…기재·법무 등 핵심보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추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강 비서실장,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2명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지방시대위원장 등 7개 장관급 인사, 국가정보원 1·2차장과 기획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5개 부처 차관 등 차관급 인사까지 모두 18명의 인사를 한꺼번에 단행했다.
장관급만으로는 지난 23일보다 숫자가 적지만, 차관급을 포함하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규모의 인사가 이뤄졌다.
이날 인사는 무게감 또한 상당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획재정부 장관, 사법개혁을 이끌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인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은 장관 인사는 이제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2곳이다.
'늘공' 기재장관에 '기업인' 산업장관…안정에 실용 더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현행 제도로는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재부 장관으로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됐다.
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파견 생활을 오래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되는 등 과거 민주당 정권과 연이 깊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던 '성장과 통합'에서 재정조세분과를 맡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을 쌓기도 했다.
구 후보자의 기용은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정권과 다수 호흡을 맞췄던 만큼 이 대통령의 정책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늘공'(늘상 공무원) 출신이어서 조직 안정화에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기재부 개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당초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 인사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 후보자로 선회하면서 조직개편 후폭풍 최소화 또한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날 구 후보자와 함께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김정관 두산 에너빌리티 사장이 지명된 것은 또 하나의 '이재명표 실용주의'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구 후보자와 같은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지만 2018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신인 두산중공업에 입사한 후 마케팅 책임자로 활동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원전 수출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알리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 믹스'라는 대통령의 철학을 잘 구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김 후보자가 "'지금은 성장에 집중할 때'라는 이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의 기업인 발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국무조정실장에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을 각각 임명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각각 지명했다.
5선 중진에 檢 '기획통' 배치…'검찰개혁' 강력 드라이브 예고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연합뉴스경제부처 인사가 균형에 방점을 뒀다면, 사법개혁 관련 부처에는 중진 현역의원을 전진배치하면서 개혁의지를 강조했다.
법무장관으로는 민주당 5선인 정성호 의원이 지명됐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38년 지기다. 이 대통령이 평소에도 '형'이라 부르는 등 허물없는 사이로 알려져 있고, 여의도 정치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조언하는 등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도 불린다.
법조인 출신이면서 국회에서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법개혁 의지 또한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과의 정책 접점이 넓고, 관련 경험이 풍부하며, 소통 또한 수월한 인사라는 점에서 '이재명표 사법개혁'에 상당한 속도감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조직 개편,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서 경찰의 역할을 조율해야 할 행안부 장관에도 민주당 5선 중진인 윤호중 의원이 지명됐다. 윤 후보자는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들과 함께 일선에서 호흡을 맞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임명된 것도 이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확인하는 대목이다. '기획통'인 만큼 앞서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물러난 '특수통'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과는 일부 결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 봉 수석이 평소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검찰개혁의 날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대통령실은 보이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검찰 개혁의 의지를 실현시키고, 국정 운영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것이 비서실과 모든 수석의 공통된 과제"라며 "출신성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검찰 개혁을 해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