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새 정부 들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도록 자본 투자를 유도하는 '기후금융' 정책수단이 강화될 전망인 가운데, 기후·환경 싱크탱크 3개 단체가 자산 2조 원 이상 법인의 기후 공시 의무화 등 10대 정책 제안을 내놓아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ESG(환경·사회적책임·거버넌스) 공시 제도 준비 상황을 보고하고, 정책·민간 기후금융 체계를 구축해 우리 경제의 친환경 전환과 기후·재생에너지 산업 지원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SSB 공시기준에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화해야"
국정기획위원회의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과제 개념도'. 국정기획위원회 제공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금융의 역할을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제안 중엔 우선 오는 2027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법인부터 기후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 등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기준을 채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됐다.
스코프3는 아웃소싱 활동이나 폐기물 처분 등 기업활동의 결과이지만 기업이 통제하지 않은 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추산·공개하는 개념으로, 화학 공정 등 생산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배출량인 스코프1, 사용한 전력 등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2 공시보다 강도 높은 규제다.
현재 한국회계기준원이 마련 중인 KSSB 공시기준에 국제 정합성 차원에서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할지도 관심사다. 기후 대응에 적극적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때도 기후리스크를 평가항목에 추가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요구도 담겼다. 예컨대 고배출 산업에 투자한 금융기관은 추후 국제사회의 탄소세 도입 등 탄소비용 측정 강화 추세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리스크로 평가하는 것이다.
공적금융기관부터 앞장서서 탄소 배출 저감 부문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한 2050년 이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를 선언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기후금융이란 이름으로 액화천연가스(LNG)나 그레이수소 설비 등 '그린워싱' 부문에 자본이 투자되지 않도록 택소노미를 강화·개편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기후변화와 ESG를 명시하는 등의 제도 개편 내용 등이 담겼다.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할 때도 녹색금융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세 단체는 "기후위기는 더는 환경정책의 하위 영역이 아니라 △물가 △금융안정 △자산건전성 △연금수익률 △무역경쟁력까지 위협하는 거시경제 리스크"라며 "한국의 금융·법·제도·시장 구조는 기후위기와 대응에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경제와 금융의 문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도 "탄소감축·에너지전환 적극 뒷받침" 업무보고
연합뉴스금융위도 금융을 통해 탄소감축과 에너지전환을 적극 뒷받침하고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 기술·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방향을 잡고 기후금융 정책 강화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국정기획위원회에 ESG 공시와 관련해 국제적 정합성, 투자자 유용성, 기업 수용성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이해관계자 협의 후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선진국의 경우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공시기준을 확정했고 EU는 공시로드맵까지 확정한 상황이다.
아울러 기후금융 인프라 차원에서 기업의 친환경 정보 및 탄소감축 지원 가이드라인과 ESG 우수기업 판단기준 등을 제공해 금융회사의 기후금융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원과 관련해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공정 전환 등 기후금융 분야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정책금융과 은행이 함께 출자해 조성한 펀드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혁신적 기후기술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설정되는 '2035 국가탄소감축목표(NDC)'와 연계해 정책금융 추가 확대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라 그 확대 폭이 커질 수 있다.
2035 NDC는 오는 11월 브라질 개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보고를 위해 이르면 9월 확정될 전망이다. 관련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재생에너지 비중이 축소·후퇴됐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만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조금 늦긴 했지만 빨리 협의하고 국민 공론 과정을 거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기후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하는 숙제도 잘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또 해상풍력 등 초기 단계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투자위험이 높아 민간 참여가 부진한 점을 감안, 정책금융기관의 초기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에너지인프라펀드 등을 활용해 지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국정위에 밝혔다.
국정위는 지난 16일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에서 우리 경제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철강, 전기,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제조업종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저탄소 공정 기술 도입 및 탄소중립 신기술 역량 투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정위는 AI(인공지능)와 첨단산업 전력수요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충 및 전력망 개편과 설비 투자 확대를 예고한 만큼, 관련 부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공적·민간 기후금융 활성화 및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