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강모씨가 지난해 6월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은 중대장 강모(28·대위)씨는 지난 19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피고인들의 상고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지휘관들로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엄중히 책임을 물었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할 자세가 안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군대에서 군기훈련 중 있던 사건에 학대 혐의를 적용하고 개인이 책임을 졌던 사례가 없다"며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취지"라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1심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부중대장 남모(26·중위)씨도 지난 20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두 사람은 지난해 5월 23일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열린 두 사람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여러 피해자들을 상대로 별개의 범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징역 5년을, 남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6명의 훈련병에게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각 피해자에 대해 다른 양상의 가혹행위를 했고 침해된 법익도 각기 달라 하나의 행위가 아닌 다수의 독립된 범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기훈련이 군 형법상 가혹행위 내지 형법상 학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해자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훈련 도중 반복적으로 쓰러지고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피고인들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체력 상태 확인이나 적절한 응급조치 없이 훈련을 강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학대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훈련에 함께 참여했던 피해 훈련병 중 3명은 최근 피고인들과 합의했으나 사망한 박 훈련병 유족과 피해자 2명은 공탁금 수령을 거절하고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해 왔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 피해자인 박모 훈련병의 모친이 지난 18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열린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발언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박모 훈련병의 모친은 재판이 끝난 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로서 입영 통지서에 불응할 시 징역에 처한다는 천둥같은 통지서를 받고 순종해 입대한 지 10일 만에 썩고 병든 군대의 지휘 체계 속에서 아들이 죽음을 당했다"고 운을 뗐다.
"군대야 말로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무식하다 못해 무지한 지휘자들을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인 예비군인 청년들을 위해 군인 조교부터 국방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사람들로 다시 바로 세워지기를 대한민국 정부에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