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선언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열흘 여 만에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공식적인 휴전 합의는 부인했지만 "상대가 공격을 멈추면 우리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입장을 내놓으며 충돌 수위는 뚜렷하게 낮아지는 양상이다.
이란-이스라엘 모두 "상대가 멈추면 우리도 멈춘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 선언'을 한 이후, 양국 모두 공개적으로 휴전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상호 공격 중단을 전제로 한 자제 기조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공격을 멈춘다면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장관들에게 이란과의 휴전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역시 유사한 입장을 내비쳤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이나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합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 시간 오전 4시까지 공격을 멈춘다면 이후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명시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양국 모두 사실상의 조건부 휴전을 받아들인 셈이다.
트럼프의 휴전 강행 의지, "이란 보복 약하다"…전면전 확산 선 긋기
연합뉴스이란은 이날 카타르 주둔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약했고, 이란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았다"며 확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실질적인 피해 없이 체면을 지키려는 '명분 쌓기용 보복' 국면을 연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란이 공격 사실을 조기에 알려줘 인명 피해가 없었다"며 이례적으로 이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미국인은 다치지 않았다"며 군사적으로 이미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 지역에 평화와 화합이 필요하다"며 확전 대신 국면 전환을 촉구했다.
실제로 이란은 미사일 발사 전 카타르 정부와 사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미국 측은 공격 가능성을 미리 인지했고, 병력과 자산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란이 보복의 형식은 갖추되, 실제 충돌은 피한 셈이다.
이란 최고안보회의는 발사된 미사일 수가 미국이 자국 핵시설에 투하한 폭탄 수와 같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과 카타르가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한 것과 더불어 이란이 긴장을 완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작전 마무리 국면?…"전쟁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국면 전환 흐름이 감지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국방장관에게 "전쟁 목표 달성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보고했고, 이란의 정권 교체는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군 수뇌부 역시 사태 정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전날 저녁 회의를 열어 전황 보고를 받고 향후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란이 공격을 중단할지, 아니면 저강도 소모전을 이어갈지 여부"라고 말했다. IDF 대변인도 이날 테헤란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