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패배 이후 제시한 당 쇄신안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심(黨心)'에 기대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른바 '5대 개혁안'을 관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이다.
과반에 가까운 친윤석열계가 새 원내대표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기 연장은 사실상 어려운 김 위원장이 '당심'을 개혁 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당원 여론조사로 개혁안 신임 묻자"…김용태, 의원총회 앞두고 배수진
김 위원장은 10일 오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우리 당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집권 여당으로서 잘못된 방향을 제때 바로잡지 못했고, 명백한 잘못에 대해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6·3 조기대선의 단초가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두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어 "정당의 변화는 국민 속에서 시작된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치가 아니라 지역 기반으로 개혁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개혁안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당원에게 묻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전당원에게 개혁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게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법"이라며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을 묻거나, 비대위원장 재신임을 묻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의 계파 갈등 표면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수도권 험지에서 활동 중인 원외 위원장들이 체감한 민심이 공유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제안한 원내·외 연석회의도 열겠다는 방침이다. 당협위원장들은 개혁안을 둘러싼 논쟁이 계파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며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탄반 당론 무효화'·'당무감사' 놓고 갑론을박…임기 연장 여부도 쟁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 위원장이 제시한 당 개혁안을 두고 당내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등을 담은 5대 개혁안에 대해 재선 의원 15명과 친한동훈계는 지지를 표했지만, 친윤계와 과거 당 지도부 측은 반발하고 있다.
친한계인 송석준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후보 교체 시도는) 대선 패배에 영향을 줬고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것은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메시지를 계속 냈고, 개혁을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김대식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 "전례가 없고, 반대가 대세"라고 선을 그었고, 일부 의원들도 "개혁 추진 주체가 김 위원장이 맞느냐"는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김 위원장 임기와 개혁안 추진 방식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회의 중 나와 기자들에게 "임기를 연장해서라도 개혁안을 완수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고,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아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분도 꽤 되고, 김 위원장 개혁안에 우려를 표하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도 "총론적으로 김 위원장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불협화음 없이 당내 절차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 교체 논란 당무감사와 관련해 "징계를 위한 감사가 아니라 과정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용태 "개혁안 거부하면 임기 채울 이유 없어"…16일 원대 선거 '분수령'
지난 5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김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과반에 가까운 친윤계 의원 다수가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어, 의원총회에서 동력을 잃을 경우 개혁안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서는 오는 16일 열리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친윤계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고 전당대회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당심 기반의 개혁 로드맵'은 폐기 수순에 접어들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제 개혁안은 당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며 "당의 주류와 기득권 의원들이 이를 거부하면 저도 임기 채우는 게 의미없다. 개혁안 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의원총회에서)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