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 특별심사를 위해 제출한 최종 답변서에 결국 계엄 사태 관련 대응에 대한 인권위의 별도 해명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앞서 답변서 초안에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계엄 대응 질의에 대한 주요 답변으로 적시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 같은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입수한 '간리 승인소위 최종 답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계엄령 선포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초안과 동일하게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문을 담은 권고 및 의견표명을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초안과 비교해 계엄 사태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과 관련해 추가된 내용은 하나 뿐이다. '대통령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이 부결됐다는 내용이다. 부결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수 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이미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과 진정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각하되는 법률 규정 등을 이유로 직권 조사에 반대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계엄 국면에서 일반 국민 인권 침해 논란은 사실상 뒷전으로 미룬 채 주요 내란 혐의자들의 법적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방어권 보장 안건'만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최종 답변서에도 이에 대한 성찰 없이 관련 내용을 그대로 적시한 셈이다. 12·3 계엄 이후 침묵하던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1일에서야 계엄 인권침해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성명서를 내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간리에 이르면 오는 9월 초까지 인권위의 특별심사 답변서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헌법재판소가 편향돼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김용원 상임위원이 헌법재판소를 부숴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등 당시 맥락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권위는 퀴어문화축제 불참 결정과 안창호 위원장의 5·18 기념식 참석 강행 등 내용도 포함할 것"이라며 의견서에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보에 대한 맥락을 담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간리 특별심사는 오는 10월에 열린다. 특별심사 결과에 따라 A등급이 유지될지, B등급으로 강등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A등급은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부여받는 등 독립성과 신뢰성이 인정된 기구에 주어지는데, 한국 인권위는 지난 2004년 A등급을 획득한 후부터 현재까지 A등급을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