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4시 기준 사전투표율이 31.38%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고 기록 경신 행진은 꺾였지만, 현장은 여전히 저마다 희망을 품은 유권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2동 주민센터 앞에는 투표하러 온 시민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물 내 4층부터 시작된 이 줄은 바깥으로 50m 넘게 이어졌다.
선거사무원은 줄을 따라 돌아다니며 "서초구민 분 계실까요"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관내 투표자인 서초구 주민들은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줄을 서 있던 몇몇 시민은 기쁜 표정으로 선거사무원을 따라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인테리어 회사에서 나온 조슬지(32)씨는 "6·3 대선 당일에는 일정이 있을 것 같아 미리 (투표) 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통령은 전 대통령보다는 나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왔다. 조금 더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관악구 주민인 권수현(26)씨도 "본 투표 때는 근무 여건상 (투표소에) 못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안 오면 (투표를) 못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투표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더 이상 우리 20대도 이렇게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싶고, 이러다가 진짜 나라 망하겠다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대기 줄에 서 있다가 점심시간 안에 끝내 투표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가까운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조은서(24)씨는 "점심 먹고 투표하려고 나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서 있다가 나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거사무원은 당시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이라고 안내했다.
양성근(62)씨도 "지금까지 항상 사전투표를 했는데 이번 대선은 특히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는 "계엄 사태로 인해서 중간에 하는 선거라서 그런 것 같다"며 "나라 경제에도 여러 문제가 있는데 빨리 정리해서 정상으로 다시 궤도를 잡아나가야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투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을 향한 유권자들의 바람은 구체적이었다. 생후 6개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병찬(34)씨는 "아이를 좀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남편들이 육아휴직을 조금 더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최진수(30)씨는 "주4일제 만들어 주면 좀 더 힘내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들 소중한 한 표 행사해달라"며 웃었다.
오후 2시쯤에는 건물 바깥 줄이 길어져 차도를 침범하자 선거사무원들이 줄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시민들은 낮 최고기온 29도의 더운 날씨에 서류봉투로 부채질을 하고 아이스커피를 손에 들고 마셨다. 대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혼잣말로 짜증을 내는 유권자도 있었다. 바깥에서 줄 안내를 하던 선거사무원은 생수병을 계속 얼굴에 가져다 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사전투표율은 31.38%로, 지난 제20대 대선 동시간대 투표율보다는 1.38%포인트 낮다. 전날 오전 6시 시작된 사전투표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이뤄진다. 사전투표에 참여하려면 본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고 사전투표소에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