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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공약에 추경도 모자라 감세까지…땅 파서 돈 쓰나

퍼주기 공약에 추경도 모자라 감세까지…땅 파서 돈 쓰나

각자 공약집 내놓은 이재명·김문수 대선 후보들
AI 투자 확대 등 대규모 재정 투입 불가피한 공약 대거 제시
불경기 극복 위한 2차 추경도 약속했지만…재정 보강 방안은 감감무소식
"증세 없이 공약 이행 못해…재정 감안해 공약 우선순위도 잘 고려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이 공약집을 발표했다. 장밋빛 공약에 더해 0%대 성장이 예고된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메가 추경'까지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현할 정부 재정을 보완할 증세 방안 대신 감세 공약만 제시하고 있어 자칫 '빛 좋은 빚잔치'만 치를까 우려된다.

오는 6월 3일 치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지난 28일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앞서 지난 26일 공약집을 내놓은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공약집 발행 계획 없이 온라인에서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약을 소개하고 있으나, 최종 공약집은 아직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하고 지역 SOC도 추진…20~30조 추경 약속도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이 후보는 공약집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국가 SOC'로 규정, 건설해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AI 중심 차세대 네트워크(6G)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AI 인프라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규모 국민펀드를 조성해 AI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에 1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의 국가 투자를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도 제시했다. R&D 예산을 국가 전체 지출예산 대비 일정 수준 확보하도록 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성장펀드'도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의 간판 공약이 된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해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시절 대출받았던 소상공인의 채무 탕감에 대해 '특단의 종합 대책'을 시행하고,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지원도 확대한다. 또 아동수당은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청년층이 든 적금 만기시점에 정부가 일정비율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적금'도 내세웠다.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국민의힘 정책공약집김 후보 역시 세계적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관 혁신펀드 등을 통해 100조 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 분야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금융·인프라 조성 지원도 확대한다고 약속했다.

국가 예산 지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하한선을 제시했다. 2032년 달 착륙-2045년 화성 탐사 등 우주경제 로드맵 아래 1천억 원대 우주펀드를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각 지역의 숙원 SOC 사업에 대한 투자도 두 후보 모두 앞다투어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광역급행철도(GTX)를 확대하겠다며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세종시에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 측은 철도 지하화 사업을 확대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김 후보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6개 순환도로망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추산한 이 후보와 김 후보의 공약 이행 비용은 각각 210조 원, 150조 원에 달한다.

더구나 두 후보 모두 집권 직후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도 0%대 성장을 전망한 가운데, 두 후보 모두 경기 보강을 위한 추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 후보 측은 2차 추경 규모로 최소 20조 원을 언급했지만, 김 후보 역시 30조 추경을 약속하며 맞받아친 만큼 더 큰 규모의 '메가 추경'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 후보는 지역화폐 등을 통해 내수 침체를 막는 데 집중한다면, 김 후보는 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대급 적자 시달리는데 증세 없이 무슨 돈으로…"증세 없는 公約은 空約 그칠 것"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문제는 이처럼 화려한 공약과 대규모 추경 계획을 뒷받치할 정부 곳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175조 2천억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에 달했다. 2019년 처음으로 700조 원대에 접어들었던 국가채무 규모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1천조 원대로 급증했다. 국가채무비율도 2019년만 해도 39.7%로 40% 턱밑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5.9%로 치솟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분기부터 역대 2위 규모인 61조 3천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더해 윤석열 정부 시절 '묻지마 감세' 정책까지 겹치며 임기 3년 내내 적자가 반복된데다, 2년째 이어진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87조 2천억 원이나 세금을 덜 걷은 탓이다.

물론 아무리 재정이 부족하더라도 새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그만큼 어려운 경제 여건에 신음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경기 회복의 원동력이 될 산업 투자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결국 관건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곳에서 세금을 거둬서 반드시 써야 할 곳부터 돈을 쓰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두 후보들은 공약집에서 돈 쓸 일은 줄줄이 나열했지만, 증세의 필요성을 말하는 대신 오히려 대규모 감세 대책만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첨단·전략산업에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제공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민간 벤처모펀드에 출자한 법인투자자를 위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AI 등 기술 중심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소득세에 부부단위 과세표준을 신설하고 부부 소득·자녀수를 종합 고려해 공제 혜택을 확대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상향하고, 자녀세액공제를 추가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외에도 △월세 세액공제 대상 확대 △소상공인 사업장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착한임대인' 세액공제 상시화 △초등학생 자녀의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 세액공제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확대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등 감세안이 가득 담겼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김 후보는 공약집에 '세제개편' 항목을 따로 둘 정도로 감세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등의 세금 부담을 덜어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부유층·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본격적인 감세안이다.

우선 부유층 전용 세금으로 불리는 '상속세'에 대해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각종 인적공제를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한시적으로 유예 중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아예 폐지하고, 종합부동산세에도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바꿀 뿐 아니라 향후 재산세와 통합해 종부세 부담을 덜겠다고 했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장기 보유 주식투자자에게도 배당소득세율을 낮춰준다.

이 외에도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기준 상향 △육아용품 등 생활필수품 부가가치세 면세 확대 △초등학생 자녀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연금소득자 소득세 경감 등 생활밀착형 감세안도 함께 제시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 김 후보는 조세지출을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고 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 후보는 조세특례 항목을 정비해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지키고,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심의를 강화하겠다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라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부 재정이 휘청일 수밖에 없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어느 정도는 국채를 동원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세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어느 후보도 명확하게 세수를 어떻게 늘리겠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 공약이 현실성이 있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당선되고 보겠다는 빈 공약이 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또 공약, 추경 집행 과정에 대해서도 "단순히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우려하면서 불경기에 타격을 입을 소상공인·자영업자·노동자·서민 등을 위한 사업 집행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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