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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선 경기 평택시장. 평택시 제공"노무현 대통령의 약속과 특별법이 20년간 평택 발전의 씨앗이 됐습니다."
"일본의 미군 주둔지는 쇠락하고 있는데, 평택은 어떻게 고도 성장을 했느냐"는 한 일본 외신기자의 질문에 정장선(더불어민주당·67) 경기 평택시장의 답은 명료했다.
실제로 평택은 미국 본토 외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부대인 캠프험프리스를 비롯해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해군2함대 등이 배치된 대표적인 군사도시다.
하지만 여느 군사도시와 평택은 달랐다.
세계 각국의 미군 주둔지가 미군 대상의 서비스업에 치중한 반면, 평택은 도시의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미군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04년 해당 특별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바로 정 시장이다. 이후 그는 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3선의 중진 의원으로 성장했다.
지역의 거센 반발에도 국가 중요 정책을 거부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오히려 미래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려는 전략이 적중했다.
정 시장은 지난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미군 평택 이전에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확실한 지원을 약속했었다"며 "그게 현실이 된 것"이라고 돌이켰다.
정부 지원+특별법→미군기지 이전이 '발전의 씨앗'
지난 1월 평택시 고덕국제화지구 알파 탄약고 현장을 방문해 현황 설명을 듣고 있는 정장선 시장 모습. 평택시 제공무엇보다 신규 산업단지 유치를 통해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데 주효했다. 특별법 덕분에 산단 확장을 발목 잡던 수도권규제를 풀어 매머드급 도시개발을 할 수 있었다.
정 시장은 "연면적 제한을 뛰어넘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산단을 유치하고, 브레인시티와 고덕국제신도시도 조성할 수 있었다"며 "일부 대선 후보가 자신의 치적처럼 얘기했지만, 실질적으론 제도적 토대와 국가적 지원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법으로 4년제 대학교 이전·증설이 허용됐고, 총장과의 친분 등이 더해져 카이스트 평택캠퍼스 유치도 해낼 수 있었다"며 "국제학교 유치 추진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여러 분야별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선 시장으로서 하루 8시간씩 투어가이드 역할을 맡으며, 직접 발로 뛰었다고 했다.
특별법을 통해 확보한 국가재정 지원액만 18조 8천억 원. 이는 국제교류센터와 각종 복지시설, 문화예술 및 교통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되며 생활환경에도 꾸준한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평택 발전의 교두보가 돼준 주한미군과의 상생·교류를 위해 각종 그룹회의와 포럼, 행사들도 활발하게 해오고 있다"며 "군사도시의 선입견을 깨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건 지역사회와 미군이 함께 만든 결실"이라고 자부했다.
장기적 '정책 안목'…난개발 대신 "나무 심겠다"던 까닭
한국청정수진흥연구원 개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정 시장 모습. 평택시 제공정 시장은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않았다. 임기 4년이 아닌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려했다. '웬 녹지타령이냐'는 부정여론에도 묵묵히 추진해온 나무심기가 그랬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평택항 내 선박들, 서부발전소, 산단 굴뚝들로 대기오염 문제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왔다. 초선 시장 때부터 대기질 개선에 힘을 쏟은 이유다.
그는 "평택호 인근 50만평 녹지 조성을 위해 장관들 앞에서 브리핑도 하고, 정치권 지인으로부터 산림청의 숨은 예산 정보를 얻어 100억 원의 도시숲 사업비을 따내기도 했다"며 "당장 욕을 먹더라도 도시의 장기적 환경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도로와 하천변을 중심으로 나무띠인 바람길숲을 조성하고 산단 주변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넓히는가 하면, 도심 곳곳 녹지공원을 확대했다. 심은 나무만 800만 그루에 달한다. 지난해 1월 기준 5년 전보다 초미세먼지는 38%, 미세먼지는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장이 도시개발을 위해 나무를 베겠다는 경우는 많지만, 반대로 나무를 심겠다고 산림청을 직접 찾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래 신성장 동력 '청정에너지'…"국가대표 수소도시 도약"
지난 2021년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장선 평택시장, 조명래(왼쪽 끝)·강금실(오른쪽 끝) 경기도기후대응·산업전환특위 공동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제공이 같은 정책기조에 따른 또 하나의 정장선표 '미래투자'가 있다. 수소산업이다.
민선 7~8기 평택시는 기존 반도체 산업에 이은 지역의 새로운 신성장 엔진으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오고 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고를 품은 평택지역은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가스를 전국에 공급하는 망(배송관로)을 갖췄다. 또 원정리 수소생산단지 내에 2022년 전국 최대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생산시설을 만들어 하루 7톤의 수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평택지역 내 수소복합단지 현장 방문 모습. 평택시 제공앞서는 2019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맞춰 수소자동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건립을 시작으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아울러 시는 에너지원 수출입 관문인 평택항 일대에 메머드급 수소특화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청정수소 시험평가센터 △수소산업 전문연구기관 △수소모빌리티특구 △수소항만 조성 등이다.
정 시장은 "선박과 대형트럭, 승용차의 수소 에너지화를 뛰어넘어 수소 발전 기지를 구축해 국가 반도체 산단 등 내륙에 전기를 공급하는 '국가대표 수소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