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면서 재판도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비화폰 기록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압수수색이나 자료 조회 요청 권한을 가진 재판부의 의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비화폰' 기록 확보, 재판부 판단에 달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통령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상에는 지난 1월 25일까지의 정부 비화폰 정보, 전자정보 관리대장, 업무 매뉴얼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경호처의 비협조로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난 1월 말,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과 군 관계자 등과의 통화 시점과 횟수를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윤 전 대통령 측은 "확인도 되지 않은 통화 내역을 근거로 기소했다"고 반박해왔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 만큼, 비화폰 기록 확보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린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재판에서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자료 확보에 나서거나, 특정 문서에 대해 제출 명령을 내리는 방식, 혹은 기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황진환 기자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통한 자료 확보를 요청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많은 이목이 주목된 상황에서 재판부가 나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 같다"며 "자료 확보에 나선다면 사실 조회 요청이나 문서 제출 명령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5차 공판에서는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상황과 법정의 증인신문 내용 등을 살펴볼 때 피고인과 김용현 전 장관 등 공범들은 비화폰을 매개로 내란 범행을 은밀하게 실행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피고인과의 공모 관계나 지시 시전, 내용 등을 명확히 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영장 발부의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이 소명사유로 내세우는 주장 자체는 인정할 수 없다"며 "계엄을 위해 (비화폰이) 보급됐단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의견서 받아본 뒤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라 이르면 다음 기일인 오는 6월 9일 압수수색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재구속 촉구 목소리도…시민단체 의견서 제출
한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 등을 하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 민변, 참여연대 등은 시민 3만 6천여 명의 서명을 담은 '재구속 촉구'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내란 혐의 재판부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은 '같은 범죄 사실로 다시 구속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을 들어 수사기관의 재구속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재구속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이 재판부에 재구속을 촉구하는 이유다. 다만 재구속을 위해선 재판부 역시 명확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이 관건이다.
현재로선 경찰이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범죄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할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비화폰 서버 기록 중 일부가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삭제 시점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폭로한 작년 12월 6일 전후로 알려졌다.
삭제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토대로 이뤄졌다면 경찰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직접 인멸할 경우 처벌받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지시(교사)하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화폰 기록의 실체와 삭제 경위가 드러나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뿐 아니라 재구속 여부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