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의 특별심사를 앞두고 간리 승인소위(SCA)에 제출할 답변서를 전원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그 결과 계엄 사태 관련 대응 관련 설명에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답변으로 적시한 기존 초안의 핵심 내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계엄 국면에서 일반 국민 인권 침해 논란은 사실상 뒷전으로 미룬 채 주요 내란 혐의자들의 법적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방어권 보장 안건'만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나아가 계엄 사태에 대한 대응을 묻는 간리의 질의에 이 안건 처리 내용을 초안의 주요 답변으로 적시해 '내란 옹호' 논란이 더욱 커진 바 있다.
인권위는 26일 오후 열린 제11차 전원위원회에서 간리 제출 답변서를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공개 논의를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을 묻는 간리의 질의에 어떤 최종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숙진 상임위원은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인권 침해 문제는 일반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침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권위는 어떤 일을 했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원민경 위원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까지 대부분의 국민이 불안감에 밤잠을 자지 못했다. 전직 (인권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인권위는 신속히 행동에 나서라고 주문을 했는데,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11일에서야 매우 소극적인 내용의 성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비상계엄에 대해서 위법이다, 위헌이다 여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사전에 그것이 위법ㆍ위헌이다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저희가 신뢰를 갖고 무슨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영장이 발부된 날 성명이 나왔는데 나름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했음을 명백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인권위는 전원위에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을 의결했다는 내용은 답변서에 그대로 두고 일부 문구를 수정하기로 했다. 다만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을 기각한 사실은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오후 2시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당하다면 답변서를 공개하라'는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에 제출되는 최종 보고서에는 그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권적이고 비겁했던 행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담겨야 하고 앞으로는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결정을 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보여줘야 하지만 알려진 답변서 초안에는 그러한 내용을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오는 10월 간리의 특별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 1일까지 간리 승인소위 사무국에 수정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심사 결과에 따라 A등급에서 B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A등급은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부여 받는 등 독립성과 신뢰성이 인정된 기구에 주어지는데, 한국 인권위는 지난 2004년 A등급을 획득한 후부터 현재까지 A등급을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