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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자들 내쫓은 수원시장…'뚝심' 이재준의 도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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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업자들 내쫓은 수원시장…'뚝심' 이재준의 도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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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인터뷰]

    도시계획 선수로서 '재정비' 원칙 설정
    사업자 수익보다 '도시성향+미래' 중심
    "재정비는 '상향식 역세권 고밀개발'로"
    "사람 중심 '저층 집수리 지원'도 확대"
    새 정부 국정운영 위한 '키워드' 제안도
    "정조의 애민정신으로 민생·민심 다뤄야"

    이재준 경기 수원특례시장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이재준 경기 수원특례시장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시장 당선된 뒤부터 업자들이 몰려들었어요. 거창하게 개발계획들을 들고 오지만, 자세히 볼 것도 없었죠.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경기 수원시는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재정비든 신도시든 개발을 기다리는 땅이 많다. 여기저기서 '달콤한 제안'이 쏟아졌지만, 이재준(더불어민주당·60) 수원특례시장은 단호했다.

    "겉으론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 수만 평에 물류창고나 아파트만 짓겠다는 거예요. 수십 년 도시계획만 했던 사람으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도시의 미래를 봐야지…"

    도시설계 전문가로서 '양심'이 걸렸다고 했다. 이 시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세종혁신도시 밑그림을 그린 도시계획 분야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마곡신도시와 노량진뉴타운 등 매머드급 도시건설 프로젝트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늙어가고 있는 수원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대개조'를 위해 자신의 도시설계 노하우와 비전을 녹여내겠다는 게 이 시장의 포부다.

    이 시장은 지난 13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후화된 도심에 재개발 압력이 너무 강하다"며 "하지만 도시의 성격과 장기적 발전 방향이 최우선 조건"이라고 힘을 줬다.

    "상향식 역세권 고밀개발로 재정비 패러다임 전환"

    수원지역 내 한 공사현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재준 시장. 수원특례시 제공수원지역 내 한 공사현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재준 시장. 수원특례시 제공
    핵심은 '역세권 고밀개발'이다. 이 시장은 도시 정비와 신도시 건설에 관한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세웠다.

    중앙정부에서 주도하는 3기~4기 신도시 계획도 교통·편의시설조차 준비 안 된 곳에 대형 아파트만 몰아넣던 '옛날 방식'을 경계했다.

    이 시장은 "수원시가 추진하는 도시 재정비 사업의 첫째는 '상향식 역세권 고밀개발'"이라며 "확고한 기준을 만들어 여러 신도시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향식 개발은 지역별 재개발·재건축에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민선 8기 수원시의 역점사업이다.

    이어 "청년과 1인 가구 급증 등 인구구성의 흐름과 트렌드에 맞춰 대중교통과 오피스 기능, 각종 문화복합 시설 등을 통합한 역세권 고밀개발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거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다각도로 갖춘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후도시 저층 주거지 재건축은 '사람' 중심주의

    노후 저층 주거지 집수리 지원 사업인 새빛하우스 관련 기념사진. 이 시장이 관계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노후 저층 주거지 집수리 지원 사업인 새빛하우스 관련 기념사진. 이 시장이 관계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구도심 저층 주거지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부수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생활의 단절, 상권 붕괴를 최소화하는 인간 중심의 재정비 정책을 펴야한다는 것.

    수원시에서 주력하고 있는 집수리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이른바 '새빛하우스'다. 팔달구 행궁동 등 구축 저층주거지들의 집수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23년 시작해 누적 2천 세대를 넘어섰다.

    이 시장은 "기존 재정비는 철거와 퇴거 등으로 도시기능을 한시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시민 삶을 지속하면서도 노후 도심에 새빛을 비추는 '인간 중심'의 도시계획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시장이 노후 도심지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이 시장이 노후 도심지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그는 또 수원 광교 복합행정타운 시대가 열리면서 남겨진 옛 경기도청사 부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존 도청사 건물과 부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상권침체와 주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경기도와의 협의를 통해 시 주도로 공공성을 높인 개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 시장은 "땅과 건물의 맞교환이나 직접 재정 투입 등 어떤 방식으로든 도에서 협의를 해주면 시가 인접지 보존과 시민을 위한 재건축 공간을 디자인하는 등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무 선에서 방안이 나오면, 직접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진짜 성공' 위한 민생·민심 강조

    수원형 도심 재창조 2.0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수원형 도심 재창조 2.0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가 승리하든 향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쳐야 대한민국의 '진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인사'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시장은 "최근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지인을 만나 당선 여부보다, 당선될 경우 그 이후의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의견을 건넸다"며 "청탁이나 정치적 계산법이 우선되지 않고, 오직 국익과 실력을 기준으로 인재들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실무 감각이 약할 수 있는 교수나 자기 선거로 인해 에너지를 깊숙이 투입하기 힘든 국회의원 위주로 기용되면 한계가 있다"며 "창의적 인재와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지금부터 '인력풀'을 꾸리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앞서도 이 시장은 지난해 당시 이재명 당대표가 사법리스크로 공격받던 무렵, 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모인 행사에서 이 대표에게 "집권 플랜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정권 재창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지난해 당시 이재명 대표와 이재준 시장이 수원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한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지난해 당시 이재명 대표와 이재준 시장이 수원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한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또한 그는 당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민생' 행보를 직접 제안해 수원지역 전통시장에서 동행하기도 했다. 사법위기 속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부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 시장은 정책과 정치에 '민심'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수원시가 도입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을 소개했다. 100일간(8월 11일까지) 시청과 4개 구청, 44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민원을 모으는 사업으로,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광속 민원 행정' 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 시장은 "정조대왕이 상언과 격쟁 제도로 억울함을 들어줬던 건 '애민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정신을 계승하는 마음으로 민원을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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