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연합뉴스전력망 부족으로 인해 발전소를 건설하고도 가동하지 못하는 전력이 10G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의 전력 수요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AI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 확충 세미나'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 개최하고, 전력망 부족이 첨단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병목이라며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력망 확충 지연…세계 흐름 역행
전문가들은 전력망 확충이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며, 정부와 지자체, 국민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해 일반 가정과 산업시설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설비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AI 반도체 등 고전력 기반 산업 확대와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 등으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망 적기에 확충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30년까지 1.6배, 2050년까지는 2.7배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송전규칙을 전면 개편했고, 일본도 '2050 국가그리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전력망은 첨단산업 경쟁력의 뿌리"라며 "국가전략 차원에서 적기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은 "6년간의 노력 끝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 주변 79개 마을의 동의를 받았지만, 일부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으로 한전 직원들이 시청 앞 1인 시위까지 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협조를 호소했다.
전력망이 산업 생존 좌우…지역사회 협조 필요
부족한 전력망은 다가오는 AI시대 첨단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에 필요한 핵심요소는'안정적 전력공급'이며 '전력공급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은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며 전력망건설을 국가적 우선과제로 삼아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환영사에서 "국가전력망확충은 이제 전력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발전과 산업 경쟁력문제"라면서 "전력망 건설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줄이고 강건한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AI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토론에서"전력망 부족으로 발전설비가 가동되지 못해 민간발전사들이 연간 6~7천억원씩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라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민간발전사들은 전력망에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적기 확충과 더불어 전력직접판매(PPA), 분산특구 등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안도 작동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수용성 최대 변수…지자체 협조 유도 위한 인센티브 필요
전력망건설이 지연되면서 전력공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 전문가들은 전력망 적기확충을 위한 대국민 인식전환 및 지자체 협조가 시급하다는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주민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운반할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발전을 못하는 전력이 동해안 지역은 최대 7GW, 서해안 지역은 최대 3.2GW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전체 10.2GW에 달하는 국가적 에너지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 서울시의 최대 전력수요와 맞먹는 규모이며, 또한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의 전기사용량의 2배 이르는 수준이다.
전력망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지자체 비협조와 주민 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력망특별법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는 전력망 건설에 신속 협조한 토지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주요국의 인센티브제를 적극 참고하여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과 서철수 한전 부사장을 비롯해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조홍종 단국대 교수, 좌장으로 강승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토론자로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 전우영 전남대 교수,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 강승훈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팀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