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공군 방공·공습훈련 지도. 연합뉴스한국에서 대통령선거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러·우 전쟁 참전 경험을 반영한 훈련을 지속하는 한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전략적 행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은 드론전 등 러·우 현대전 경험을 반영한 훈련을 연달아 실시하고 있다. 드론 운용 모습과 길리슈트(위장복) 차림의 저격병이 등장하는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을 하더니 자폭 드론 공격 등에 대비한 방공·공습 훈련도 실시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근위 제1공군사단관하 비행연대를 방문해 공군비행대들의 반항공전투 및 공습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훈련은 "적의 순항미사일들과 자폭 무인공격기들을 탐색, 추적, 소멸하기 위한 반항공 방어임무와 각이한 전자수단들로 적의 무인공격기들을 맹목시키고 소멸하는 전투임무에 비행대들과 반항공미사일 구분대들, 전파탐지기 구분대들과 전자전 구분대들을 숙련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했다.
순항미사일과 자폭 무인공격기 등 한미의 공중위협에 전자전으로 대응·방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장거리 정밀 활공유도폭탄 적용시험과 대상물에 대한 비행대의 습격 전투훈련도 진행"됐고, "직승기(헬기)에 의한 적무인기 소멸과 해상목표에 대한 비행대 정밀폭격 훈련에 이어 무인전략정찰기, 다목적무인기들의 시위비행"이 이뤄졌다.
연합뉴스비행대들이 경의표시를 위해 감시소상공을 초저공비행으로 통과하자, 이에 답례하는 모습을 연출한 김 위원장은 "전군의 모든 부대들이 항시적인 임전태세, 격동상태에서 전쟁준비에서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쟁준비의 획기적 전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한 드론전과 전자전 등 현대전의 양상을 반영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의 참관 하에 실시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도 드론 운용과 위장 훈련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경험을 반영하고자 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군의 파병은 적지 않은 희생자를 발생시켰으나 드론전과 전자전, 특수작전 등 현대전 전술을 실전에서 학습할 기회를 얻었고, 이는 북한군의 무기체계 현대화와 비대칭 전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내건 '전쟁준비의 획기적 전환'은 군사적 준비태세를 이런 방향으로 도약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14일과 15일 평양에서 '인민군 제7차 훈련일군대회'를 개최했다. 북한은 대회 하루 전에 김 위원장이 지도했다고 하는 병종별 전술종합훈련도 "인민군 훈련일군대회 강습체계 안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 이후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군사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군수공장 방문과 각종 훈련참관 등 7차례 이상의 군사행보가 이뤄졌다.
이 기간에 김 위원장은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했으며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는 등 러시아와의 밀착에 더욱 공을 들였다.
북러 밀착 과정에서 소원해진 중국과도 관계 회복을 강화해,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지난 13일 북한의 최대 도서관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고, 평춘타이 공사는 지난 11일과 12일 함경북도 청진시와 라선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압박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북한을 '테러 비협력국'으로 재지정하자,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철저히 적대적인 국가간관계로 고착된 현 조미관계 상황부터 직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미국이 불필요하고 비효률적인 악의적 행위로 우리를 건드릴수록 조미사이의 불상용적인 적대감을 더욱 격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미국의 제재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한국에서 진행 중인 대선과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국방력 강화와 중국과의 관계회복, 러시아와의 밀착강화, 북미대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달 대선 뒤 새 정부 출범과 러·우 전쟁의 휴전여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등은 향후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의 중요 변수이다.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