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내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석유판매가격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이번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하되,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또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23개를 지정해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4차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가격 동향과 시장 교란 행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경유 300원 이상 오르는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수급 불안과 IEA 비축유 방출 결정 등으로 향후 가격 예측도 어렵다고 봤다.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2월 말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90달러 내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 강기룡 차관보는 "단기간 내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도가 넘게 뛴 부분에 대해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규정하는 제도를 기한을 정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보는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에는 이탈리아, 독일 등 가격 매커니즘에 개입하는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지금 상황은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통상적으로 보기에는 과도하게 도를 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X 변동률 + 제세금'의 산식을 통해 산출한다.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국제 석유제품가격(MOPS) 변동 비율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경유), 개별소비세(등유), 부가세 등 세금을 더한 방식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을 2주마다 재설정할 방침이다. 가격 안정 효과와 유가 반영 시차, 정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다만, 해상 운송으로 별도의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섬 지역 등 특수지역은 5% 이내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조정주기를 변경할 수 있다.
정유사는 최고가격 적용으로 발생한 손실을 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정유사가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정산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으로 시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해 석유사업법상 석유정제업자와 석유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석유정제업자는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이상 반출해야 한다. 석유판매업자도 폭리를 목적으로 과다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다.
석유정제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업체에 과다하게 공급하는 행위, 석유판매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운영 이후 가격변동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이후 국제유가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석유류를 포함한 특별관리품목 23개를 지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황진환 기자품목별로 살펴보면 △민생 핵심 먹거리 13종(돼지고기 ·냉동육류 ·계란 ·고등어·쌀·콩·마늘·수입과일·김·밀가루·전분당·식용유·가공식품)을 비롯해 △민생 핵심 서비스 5종(석유류·아파트 관리비·집합건물상가 관리비·통신비·암표)과 △민생 핵심 공산품 5종 (인쇄용지·교복·생리용품·화장지 등 필수생활용품·의약품) 등 총 23개 품목이다.
정부는 특별관리 품목별 소관부처가 책임있는 점검과 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속·점검 결과가 일회성 조치가 아닌, 제도개선과 구조개혁 등 근본적이고 근원적 물가안정 기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