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사무소 이레 EL 제공◇ 진행자>강성식의 찬양 '하나님의 은혜'로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좋은교회를 섬기시는 건축사 사무소
이레에 윤석필 권사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 윤석필>안녕하세요. 소개해 주신 대로 청주 좋 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는 윤석필 권사이고요. 청주에서 건축사 사무소 이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건축사 사무소 이름이 '이레·EL'인 것만 봐도 신앙이 묻어납니다. '여호와 이레' – 하나님께서 예비하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름에도 권사님의 신앙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신앙적 모토로 이 일을 감당하고 계신가요?
◆ 윤석필>원래는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다른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간증할 일이 있어서 급하게 '이레·EL'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디자인 설계, 감리, 특히 교회 설계와 패시브 설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요. 신앙의 모토라면,'모든 일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마음으로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적절한 때에 준비해 주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사업장과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 진행자>성경에 나오는 나실인처럼 권사님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떠난 적 없이 살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청년사역, 가정사역, 교회건축 등 바쁘고 충성된 시간을 보내셨는데요. 지금까지 걸어오신 신앙의 여정을 짧게 들려주시겠어요?
◆ 윤석필>저는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신앙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적 기억을 돌아보면 거의 교회 안에서만 살았던 것 같아요. 예배와 찬양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였고, 대신에 드라마틱한 체험이나 감정적인 신앙은 경험하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온 신앙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깊게 박혀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 와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그 과정 하나하나가 감사로 마무리되는 체험적 간증이었습니다.
◇ 진행자> 모태 신앙의 장점이라면, 삶의 어려움도 하나님이 주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큰 위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권사님도 그러시죠?
◆ 윤석필>예, 맞습니다. 자녀들도 신앙안에서 잘 자라 주었습니다.
◇ 진행자>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던 것 같네요. 자녀분들이 음악 활동도 다 한다면서요?
◆ 윤석필>예. 제가 음악을 좋아하고 드럼도 오래 연주했거든요. 집에 악기도 많고, 그래서 큰아이도 찬양 인도를 하고 작은아이도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여러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 진행자> 악기 세트가 있는 집안이면 다툼도 없겠어요? 또 청년 사역에도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 윤석필>네. 작년 한 해 청년부를 맡아서 사역을 했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직장이나 신앙 면에서 스스로 헤쳐나가기가 참 힘든 시대잖아요. 그런데 청년들을 보면서 신앙적인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또 동시에 청년 세대와 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깨달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건축사 사무소 이레EL 윤석필 대표◇ 진행자>우리 청년들이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하잖아요. 신앙만 잘 자리 잡으면 이전 세대 못지않게 잘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와 이레, 예비하셨을 거예요. 요즘 힘들다고는 해도 우리 청년들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권사님도 참 자연스럽게 신앙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하나님께서 인도하심을 자주느끼시는 순간이 있을까요?
◆ 윤석필>특별한 계기나 사건보다는, 저는 특별히 아내를 통해서 하나님이 저를 늘 컨트롤해주신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요. 꽃, 나무, 식물들, 계절의 변화 같은 자연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신묘막측하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이것은 창조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진행자> 요즘 같은 계절이면 더 감탄이 많아지시겠어요? 요즘은 집 밖만 나가도 꽃 색깔이 정말 다양하죠. 교회 건축 이야기도 해볼게요. 권사님께서 교회 건축에 특히 애정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일반 건축도 하시지만, 교회 건축과 일반 건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 윤석필>학교에서 배우는 공학적인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교회 건축은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가짐과 정성, 기도가 더해지고, 말씀이 담긴 건축 언어가 건물 안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보는 이가 그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 진행자>교회 건축하실 때 상징적인 공간들을 숨겨 놓으시잖아요. 그런 걸 통해 성도들이 느끼게끔 한다는 말씀이시죠? 또 교회 건축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바람이나 교회가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니까, 그런 점들을 잘 반영하셔야 할 텐데 자문도 많이 구하시죠?
◆ 윤석필>네, 그렇습니다. 교회나 목사님의 요구 사항과 교회 방향성에 대해 최대한 경청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제가 보고 느낀 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그것이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제 개인적인 의견이다 보니 신학적으로 맞는지 확인하려고 존경하는 목사님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또 교회 건축 전문 설계자들과 상의하며 컨셉을 구체화해 역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 진행자>건축만큼 사실 또 까다로운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잘하자고 들면 끝도 없는 게 바로 건축이잖아요. 교회 건축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하던데요?
◆ 윤석필> 과거에도 단순하고 재료의 특징을 잘 살린 교회들이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규모 있는 교회든 작은 교회든, 단순한 건축 매스와 함께 빛과 물 같은 자연 요소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성당 건축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부와 외부에 적용되는 마감 재료나 질감을 통해 순수성과 기독교의 근본이 되는 안정감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필 권사가 설계한 청주신성교회, 이레건축 제공◇ 진행자>특히 요즘은 자연 채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요즘 교회에 카페를 들이거나 쉬는 공간도 많이 마련하고요. 권사님의 대표적인 교회 건축물로는 청주시 신성동의 신성교회, 강원도 고성의 간성감리교회, 그리고 대진감리교회 등이 있다고 들었어요. 신성교회 이야기부터 좀 들려주시겠어요? 어떤 건축적인 특징이 있을까요?
◆ 윤석필>당시 시무하시던 담임 목사님께서 저랑 동년배셨고 굉장히 젊으셨어요. 그래서 밝고 젊은 분위기를 연출해 달라는 요청이 처음에 있었습니다. 그 요청에 맞춰 제가 설계안을 정리해서 제출했는데요, 1:1 의뢰가 아니라 설계경기였어요. 전국에서 여러 건축가들이 참여했는데, 제 안이 좋은 평가를 받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신성교회는 설계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건축위원회와의 치열한 논의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최초 계획안에서 다소 변경된 부분도 있지만, 지금의 교회가 멋지게 세워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그런 치열한 논의가 오히려 좋죠. 지을 때 제대로 해야지, 다 지은 후에 말씀하시면 고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잖아요. 하실 말씀이 있을 때는 그때그때 표현해야 하고요. 공교롭게도 어제 신성교회 '창립 55주년 기념 선교 '그러므로'를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 건축을 담당하셨던 건축사님을 뵈니 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예비하셨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이어서, 강원도 고성의 간성감리교회는 특별한 역사를 지닌 교회라고 들었어요?
강원도 간성감리교회, 이레건축 제공◆ 윤석필>예. 제가 2016년도에 간성감리교회와 대진감리교회를 거의 같은 시기에 설계하게 되었는데요. 간성감리교회는 로버트 하디 선교사님이 1901년, 강원도 영동 지역에 최초로 세우신 교회입니다. 저는 115주년 기념 교회를 헌당하기 위한 설계를 맡게 되었죠. 처음 교회를 방문했을 때,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도로 방향과 정문 방향이 완전히 반대였거든요. 왜 그런가 목사님께 여쭤보니, 당시 선교사님께서 교회를 지으실 때 동쪽 산에 있는 절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일부러 정문을 배치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절을 바라보며 교회 예배를 드리게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요.
그래서 현대식 건물로 다시 설계하면서 정문은 어쩔 수 없이 도로 쪽으로 냈지만, 그 의미 있는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에 통로를 두어 그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교회 건물 뒤쪽 창문에는 눈 형상의 창을 디자인해서, 그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건축적인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 진행자>로버트 하디 선교사님의 의도를 잘 살린 건축물이라고 하시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강원도 간성이라고 하면 동해의 남쪽으로는 가장 북단에 있는 곳이죠?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그런 곳인데, 여행 가게 되면 일부러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 윤석필>네, 역사성이 있는 교회이다 보니 지금도 역사 탐방을 위해 많은 교회에서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 진행자>연수를 헤아려보니 124년이 되었고, 내년이면 125주년이 되는 교회군요. 같은 시기에 건축하게 되셨다는 대진교회는 어떤 교회인가요?
강원도 고성 대진감리교회, 이레건축 제공◆ 윤석필>예, 대진교회는 간성교회보다 더 북쪽에 위치해 있고, 대진항 근처에 있는 교회입니다. 이 교회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오래된 교회인데요.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대자연이 한눈에 보이는 아주 전망 좋은 교회입니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교회 현관을 드나들면서 하늘에 매달린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었어요. 가벽과 열주(기둥)를 세우고 그 사이 공간을 통해 본관과 연결되도록 하고, 그 중간에 십자가를 매달아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십자가를 바라보며 들어설 수 있도록 계획한 교회였습니다.
◇ 진행자>권사님은 강원도 가실 때 이 두 교회를 꼭 둘러보시나요?
◆ 윤석필>얼마 전에도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 진행자>혹시 손 볼 데는 없는지, 잘 관리되고 있는지 둘러보시기도 하겠어요. 왠지 자식을 그곳에 놓고 온 듯한 그런 마음도 있으실 것 같아요. 교회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 역사성, 또 성도들의 바람까지 다 담아서 건축하시는 걸로 아는데, 좋은 교회 건축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윤석필>요즘은 건축에 있어서 화려함을 많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회 건축은 그 화려함에 감탄하는 건물이기보다는,문을 열기 전부터, 그리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가 기도하고 싶어지고, 또 오래 기도하게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결국은 교회 건축도 신앙심의 표현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앞으로도 교회 건축을 많이 계획하고 계실 텐데, 권사님께서 교회 건축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는 어떤 것인가요?
◆ 윤석필>저 역시 한 사람의 크리스쳔으로서, 우리 각자가 하나의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예배당은 이러한 각자의 교회가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경배하고, 축제하는 공간이며,기도의 날줄과 눈물의 씨줄이 엮여 올라가는, 참여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깊은 만남을 매개하는 공간, 즉 '거룩함의 현현(顯現)'을 담아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거룩함이 건축적 언어를 통해 이곳에 드러나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교회 건축입니다.
◇ 진행자>정말 교회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무릎이 꿇어지고, 그 엄숙함 때문에 절로 경건해지는 그런 건축물을 만들고 싶으시다는 말씀이군요. 요즘은 교회들이 지역사회로도 많이 열려 있는데요. 카페나 문화 공간 등을 마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건축적인 고민도 많이 하시죠?
◆ 윤석필>예. 그런 요청들이 실제로 많이 들어옵니다. 한때 교회의 영향력이 다소 쇠퇴하면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 열린 공간, 열린 예배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도들이 다소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습니다. 저는 '열린 공간'이라는 개념을 하나님의 말씀이 중심이 되는 공간, 즉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 공간에 자꾸 있고 싶고, 기도하고 싶어지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믿는 사람뿐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매개 공간을 통해 기도의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요즘 어떤 기도 제목이 있으신지 나눠주세요.
◆ 윤석필>예,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저희 둘째 아들입니다. 현재 군 복무 중인데, 이제 5개월 남짓 남았거든요.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 그리고 우리나라 건축 경기도 오랫동안 침체돼 있어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건축가들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국정이 안정되고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하나님의 집을 짓는다는 일이 개인적으로 건축사님에게도 큰 감동과 책임감을 안겨줄 것 같은데요.청취자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전해주십시오.
◆ 윤석필>네, 말씀하신 대로 책임감과 소명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많은 건축가들이 교회 설계를 힘들어하고, 기피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저는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인으로서 교회 설계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무리되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펜을 잡는 순간부터 기도가 시작되고,그 건물이 세워질 땅 위에서 또 한 번 기도하게 되는 것,그것이 제 소명의 완성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저에게 가장 큰 감사요, 영광입니다.
◇ 진행자>어느덧 시간이 다 됐습니다.오늘 청주 좋은교회를 섬기고 계신 건축사사무소 이레·EL의 윤석필 건축사님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윤석필>고맙습니다.
◇ 진행자>하나님의 집을 짓는다는 일, 정말 중요한 사역입니다. 오늘 방송을 통해 교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은혜의 공간을 하나쯤 만들어 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