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첫번째 컷오프를 통과한 '4강 후보'에는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가나다 순). 국민의힘 대선 2라운드는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가 정확히 반씩 나뉘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1차 경선에서 이미 '3강(强)'을 이룬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와 달리, 안 후보의 선방을 두고 당 안팎에선 "이변"이란 반응이 나왔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 적용 결과라고 하지만 '역선택 방지' 포함에 따라 사실상 당심(黨心)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당심에서 앞선 후보는 나경원 후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찬탄파' 선전한 이유…본선 경쟁력인 듯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경선 B조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후보. 국회사진취재단"탄핵의 강은 반드시 넘어야 하고, 넘을 수 있습니다".
당 경선 관리를 도맡은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은 2차 경선 진출자 발표를 앞두고 이렇게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프레임'이 주가 돼서는 본선 승리가 어렵다는 자체 진단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1차 경선 결과만 놓고 보면, 이같은 지도부의 바람은 일정 부분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전력상 열세로 평가됐던 찬탄파가 저력을 과시하면서 반탄파와 수(數)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경선 1차전에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 룰이 적용된다 해도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인해 반탄파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지자들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했을 때, 지지자들이 탄핵에 찬성한 찬탄파에 손을 들어줄 리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2라운드에 진출할 4명 예측에서도 반탄파인 김·나·홍 후보와 한 후보가 주로 손꼽혔다.
그간 김 후보와 홍 후보는 계엄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불가피한 명분으로 내세운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간접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탄 집회의 주요 연사였던 나 후보도 이들과 반탄으로 묶였다.
그러나 나 후보의 탈락은 당심을 기반으로 한 민심이 이같은 반탄파에 전적인 힘을 실어주진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표적 찬탄파인 안 후보는 1차 경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는 후보자들 가운데 제일 먼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다.
안 후보는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최소한"이라며 "이대로면 대선은 필패"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에, '전략적 선 긋기' 없이는 선거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에 소구할 명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안 후보는 1차경선 조별토론회에서 맞붙은 김 후보를 향해서도 "(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국민께 사과했나"라고 압박했다. 특히 2차전 티켓을 두고 겨룬 '카운터파트' 격인 나 후보에 대해서는 김·홍 후보와 엮어 "(셋은) 전광훈당(黨)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내란종식'을 정권교체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안 후보 자신이 강점을 지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어필하기 위한 승부수였던 셈인데, 결과적으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념이 곧 밥이다"를 슬로건으로 밀었던 나 후보는 이와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번 선거가 '체제 전쟁'임을 주장하며 정파성을 강조한 전략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당원들과 무당층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찬탄파 安 vs 韓…차별화 전략은?
4강에 오른 '찬탄파'인 안철수·한동훈 후보에겐 '탄핵 찬성'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졌다.
1차 경선 시 각각 다른 조에 속했던 두 후보는 조별 토론회에서 찬탄파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 후보로 본인이 선출돼야만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는 명제를 보다 자세하게 입증해 내야 한다는 의미다. 후보군 중 본선 경쟁력이 가장 우월하다고 확신한다는 점은 두 후보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 같은) 검사(출신) 아닌가. 윤 정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사람 중 하나"라며 "출마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를 4강에 올려주신 것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라는 국민의 기대와 희망이라 생각한다. 그 뜻을 깊이 새기고,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모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 후보 측은 '압도적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이 2차 경선에서 과반의 지지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 후보 측 '국민먼저캠프' 관계자는 "내전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깊어진다. 경선 과정을 최소화하자는 게 (캠프의) 목표"라며 "한 후보가 (예정된 맞수 토론 등에서) 어떤 주제에도 막힘없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후보도 "'시대교체'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이기는 선택은 오직 저 한동훈이 유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국민의힘은 24~26일 후보별 일 대 일(1:1) 토론 등을 거쳐
27~28일 선거인단(당원)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각 50%씩 반영한 2차 컷오프 결과를 29일 발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종 대선 후보는 득표 상위후보 2명이 맞붙는 내달 3일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19일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조별 토론회에서 유정복(왼쪽부터), 안철수, 김문수, 양향자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