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7일 오후 국제금융센터에서 기재부 김범석 1차관 주재로 '외환건전성협의회'를 개최하고, '외환수급 개선을 위한 추가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발표했던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통해 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외국환은행의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 완화, 외환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왑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마련한 이번 추가 방안에는 지난해 발표했던 외환 유입규제 완화정책을 보강하고, 근본적으로 외환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과제들이 담겼다.
이를 위해 우선 전문투자자 기업이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선물환 등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위험헤지비율' 한도를 12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과도한 환헤지를 막기 위해 위험헤지비율 한도를 100%로 제한해왔다. 전문투자자의 경우 2009년 그 한도를 125%로 높였다가, 2010년 6월 자본유출입의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100%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환헤지 리스크를 관리할 역량을 갖춘 전문투자자 기업에는 위험헤지비율을 높여달라는 시장의 요구를 감안해 관련 감독규정의 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원화용도로 발행된 '김치본드'에 대해 자칫 규제를 우회해 원화용도 외화대출 우회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매입을 제한했던 것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 덕분에 국내 기업 등이 원화용도로 외화차입을 확대하면, 이를 활용한 원화 환전 소요가 확대돼 외환수급 불균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당국이 국내은행 해외점포를 통한 원화용도 외화차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던 것도 방향을 돌려서,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시설자금용 차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 외환수급 불균형을 막기 위한 과제들도 함께 담겼다.
국내주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일반투자형 대비 비과세한도를 2배 확대한 국내투자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 국내주식형펀드의 국내주식 의무투자비율을 법정 한도인 40%보다 더 상향 조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주주환원 촉진세제, ISA 납입·비과세한도 확대 등 '밸류업 촉진 세제지원 패키지'도 다시 추진한다.
외국인투자자 국채 투자에 나설 때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국제예탁결제기구 또는 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국세청에 제출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비거주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류 외에는 모두 요건에서 폐지하고, QFI(국제예탁결제기구)의 비거주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도 폐지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국제예탁결제기구 또는 국내 금융기관(외국은행의 한국지점 포함)에 성명, 주소, 국적, 식별번호 등 기본 정보만 제출하면 되고, 거주자증명서, 거래·보유내역서 등 추가 서류는 내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 금융투자업자가 국내 금융회사에 국채통합매매계좌를 개설해 통합 매매주문을 하려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실제소유자 확인 의무도 면제해 불편함을 덜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내 레버리지 ETP(상장지수상품)이나 장내파생상품에 투자할 때에는 사전교육, 모의거래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하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해외 투자에도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연초 발표했던 'WGBI(세계국채지수) 투자 인프라 개선방안', '외환시장 연장시간대 거래 활성화 방안' 등의 추진 경과도 확인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벽 2시까지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연장한 이후, 지난 8개월간 거래·결제 절차 등이 사고없이 원활히 진행됐다고 확인했다. 또 해외의 전통적 금융중심지의 글로벌 은행들이나 아직 한국에 진출한 적 없는 새로운 금융회사들, 한국에서 철수했던 금융회사들도 외환당국에 RFI(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로 등록하는가 하면, RFI의 외환거래량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대고객외국환중개업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했던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마치고, 지난 1월 발표했던대로 RFI 경상거래 환전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이 완료돼 관련 제도 개선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점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제도 안착에 주력했던 지난해를 넘어 올해는 실제 시장 개방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심야시간대 유동성 급감 대응, RFI의 거래 참여 확대 등 시장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난 1월 발표한 '외환시장 연장시간대 거래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제3자 외환거래 및 경상거래 환전 가이드라인 제·개정(3월), 외환거래량 순위 공개(3월), 선도 RFI 제도 도입(6월), RFI 최소거래량 기준 마련(6월), 대고객외국환중개업 관련 하위규정 정비 등의 과제를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대고객외국환중개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오는 8월말까지 중개업무 인가요건, 인가절차, 중개업무의 상대방 등 제도 운영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외국환거래법 시행령'과 '외국환거래규정' 등 하위 규정를 개정해놓기로 했다.
최근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현황에 대해서는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지난해 2920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1조 1023억 달러에 달해, 흑자 전환 10년 만에 '1조 달러 흑자국' 반열에 진입했던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 외화유동성은 지난달 국내은행 외화 LCR이 규제비율(80%)를 크게 상회하는 163.1%에 달하고, 3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의 127%가 넘는 398억 달러 수준의 가용외화여유자금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도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협의뢰를 통해 논의하기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