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교육청이 규정 어기고 특정기업과 수의계약…'80억' 날려

사건/사고

    교육청이 규정 어기고 특정기업과 수의계약…'80억' 날려

    감사원에 적발된 인천교육청과 지역교육청 산하 기관 36곳
    법률 어기고 일반입찰 아닌 특정기업과 수의계약
    경쟁 업체들 입찰 참여도 못해
    감사원 감사 결과 약 80억 원 손해

    인천광역시교육청 제공인천광역시교육청 제공
    감사원 감사 결과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인천·경기·강원·충북교육청 4곳 산하의 교육행정 기관들이 일반입찰로 구매해야 하는 장비를 특정기업과 수의계약으로 거래해 약 8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추정 가격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물품 계약'은 일반입찰에 부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이 이를 어긴 것으로 보고 주의·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일각에서는 거액의 세금이 낭비된 만큼 더욱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보면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인천·경기·강원·충북교육청 산하의 교육행정기관 등 총 36곳은 '가스열 펌프(GHP) 저감장치' 2153대를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했다.

    GHP는 전기 대신 도시가스용 차량 엔진을 이용해 압축기를 구동하는 가스열 펌프를 말하는데, 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까지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규정을 어기고 일반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저감장치를 구매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하급 교육행정기관 10곳은 저감장치 1857대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했고, 나머지 기관도 모두 296대를 특정 기업과 수의계약 구매했다.

    조사 결과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고, 특정 기업과 단독으로 계약을 맺으면서 3개 인증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해 경쟁도 제한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일반입찰로 구매했을 경우 절감이 가능했던 금액을 추정해 보니 총 79억 5천만 원이었다. 혈세 약 80억 원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기관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해당 교육청과 교육행정기관들은 △저감장치와 가스열 펌프가 호환되지 않거나 △하자가 발생할 시 책임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추정가격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물품계약은 일반입찰에 부치지만, 해당 물품의 생산자나 소지자가 한 명이거나 이미 조달된 물품 등과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가스열 펌프와 호환되는 것으로 인증 받은 저감장치 생산자가 2인 이상이고 고장 발생 시 하자책임 구분도 가능했다"며 "그럼에도 4개 시도교육청은 가스열 펌프와 호환되지 않고 하자책임 구분이 어렵다고 잘못 판단하고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교육부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지방자치법 184조에 따르면 교육부는 시·도교육감 등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에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이번 계약에서 교육부가 법령을 준수하도록 지도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끝으로 감사원은 "(해당 교육청들은) 앞으로 생산자가 2인 이상인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를 계약법령과 맞지 않게 수의 계약으로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하며 "교육부장관은 각 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생산자가 2인 이상인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를 계약법령에 맞게 일반입찰로 구매하도록 지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 등 관련 교육청 4곳은 "앞으로는 저감장치 생산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계약법령에 따라 일반입찰로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저감장치 잔여 물량에 대해 계약법령을 준수해 사업이 추진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시민단체 '자동차시민연합'의 제보로 시작됐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이번 일이 주의·통보 조치로 끝나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147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이 계약법을 위반하고 예산 낭비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환수 조치는 없었다"면서 "감사원에서 재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행정 소송 및 추가 감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이미 확정된 결과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