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이슈 보시죠.
◇ 최서윤> 네.
K-배터리 숨통 트이나, 한국판 IRA 기대.◆ 홍종호> 지난해부터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수요가 줄었고, 트럼프의 정책들이 크게 바뀌면서 시장이 부진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고요.
◇ 최서윤> 네. 국회와 정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 즉 한국판 IRA 법안 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K-배터리 업체들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작년 4분기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어요.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고,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장 가동을 연기하거나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처럼 배터리 산업이 위기에 빠지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라는 제도가 있어요. 우리말로 하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인데요. 말 그대로 미국 내에서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거예요. 우리도 미국처럼 해서 기존 세액공제 혜택의 실용성을 좀 높여보자는 겁니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건의해 온 내용이기도 해요.

◆ 홍종호> 지금 배터리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AMPC에 태양광 패널, 풍력, 각종 희토류 관련 생산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됩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모두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른바 친환경 사업이죠. 정부가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낸 법인 거죠.
◇ 최서윤> 네.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부터 처음으로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법리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하고요. 특히 주목받은 것은 지난 4일 국회 이차전지 포럼 대표인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것입니다. 업계, 국회,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판 IRA'를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했습니다.
◆ 홍종호> 사실 이차전지 기술은 이미 국가 전략 기술, 이른바 기후 테크의 핵심 기술로 지정이 돼 있죠. 그리고 세액공제도 받고 있어요. 아마 법인세를 공제해 주는 것 같은데 현재 제도와 이번에 새로 입안된 법의 차이는 뭐죠?
상당히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아주 중요한 핵심이요. '직접 현금 환급제'라는 겁니다. 지금은 투자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기업이 내야 되는 법인세에서 감면을 해주는 세액공제 방식이에요. 인건비나 재료비, R&D 비용 일부는 한 30%에서 50%까지, 설비 투자비는 한 15%에서 29% 정도 공제율을 적용하는데요. 문제는 이런 세액공제 방식은 사업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해 법인세를 내는 기업만 혜택을 보는 구조라는 겁니다.
만약에 기업이 당해년도에 사업이 어려워서 법인세를 낼 수가 없게 되면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거예요. 일례로 2022년에 SK온을 보면요. SK온이 그때 연구 개발에 387억 원을 투입했고요. 시설 투자에도 6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근데 당의 실적이 적자가 났어요. 그래서 393억 원에 대한 세액 공제액이 모두 이월됐어요. 그러니까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겁니다.
게다가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 중에는 현재 영업 적자를 내는 기업이 많은데요. 이익이 창출되더라도 기존 결손금을 먼저 상쇄한 다음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배터리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거예요. 더군다나 배터리 산업은 수율 문제 때문에 투자 후 즉시 성과를 내기 어렵고, 일정 기간이 지나야 수익이 창출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제도만으로는 지원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입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국회 토론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이상수 세무 담당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어요. "저희가 돈이 없어서 회사채나 차입으로 투자비를 조달, 매년 1조 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같은 시기에는 특히 현금성 환급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보여요. 만약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어 소급 적용이 가능하게 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공제액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 홍종호> 이게 지금 미국에서 미국의 IRA법에 따라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 최서윤> 네. 그래서 우선 이 환급액이 들어오면 기업들이 당장의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기업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트럼프 문제도 대비를 해야 하잖아요.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의 수익이 앞서 언급한 AMPC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만약 캐즘이 계속해서 장기화되거나, 미국의 보조금이 축소되면 업계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가 전 세계 모든 기업은 미국으로 와서 투자해라. 미국 내에서 완결성 있는 공급망 구조를 만들겠다. 그중 배터리가 핵심이다. 이렇게 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AMPC까지 건드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사실 전기차에 소비 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미 공언을 해버렸죠. 그래서 아마 속도 조절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IRA 법안 자체를 매우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우리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해요.
◇ 최서윤> 만약에 국내에서 이런 법안 나와서 지원이 이루어지면 기업들이 큰 힘을 얻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AMPC로 생산하는 배터리 1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LG 에너지솔루션이랑 SK온 같은 경우에 2023년 이후 2년 동안 3조 규모의 AMPC가 자사 영업이익에 포함이 됐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LG 에너지 솔루션이 작년 영업이익이 5750억 원이었는데 AMPC 제외하면 950억 적자였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SK온이 작년 3분기에 첫 흑자 전환했잖아요. 이것도 비결이 AMPC에서 610억 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게 계속하는 게 아니잖아요. 2029년까지만 100% 지급되고요. 서서히 줄여서 2033년이 되면 종료합니다. 물론 그전에 경쟁력을 확보해서 자생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 같아요.
◆ 홍종호> 그렇습니다. IRA 법안 자체가 갖는 강점이라는 것이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에 투자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도 만약에 그런 걸 하지 않고 전 세계가 각국 도성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유럽도 하고 일본도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거든요. 자국 기업을 자국 내에 머물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략 기술에 대해서 지원하겠다는 건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지원을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을 다 해외에 빼앗겨 버리면 국내의 산업 생태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 최서윤> 그렇죠. 그런데 문제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원을 해주면 참 좋은데 우리가 지금 세수 펑크 상황이잖아요. 작년과 재작년 계속 세수 펑크예요. 그래서 이번 토론회에서 기재부 관계자도 세수 부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어요. 지금처럼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투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마침 이번 주 월요일에 기재부가 작년 세수 이제 결산을 딱 발표했어요. 펑크 날 거라고 계속 예상해 왔는데 정말로 30조 8천억 원의 세수 펑크가 났습니다.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정됐고요. 문제는 올해도 사정이 좋지 않잖아요. 대내외 여건도 안 좋고 내수 침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 목표치를 382조 4천억 원 잡았거든요. 그러면 작년보다 45조를 더 거둬야 해요. 정부가 처음에 예산을 잡은 근거가 작년에 기업들 실적이 좋았다는 걸 얘기하면서 잡은 겁니다. 연초에는 그랬지만 아시다시피 후반으로 가면서 수출도 둔화하고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곳들이 많았어요. 자칫 잘못하면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보면 부동산 경기 계속 안 좋고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잖아요. 여러 부분에서 세수가 예상치를 밑돌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과감하게 예산을 끌어서 투자하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아니라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홍종호> 네. 세수 결손 문제가 벌써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죠. 저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한국판 IRA법이 조속히 입법화되고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지금 당장의 재정 상황이 굉장히 어렵지만 전략적인 기술과 산업에 대해서는 미국 같은 나라도 적극적으로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하고 있어요.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손 놓고 자유시장 경제에 맡길 때 큰일 나는 순간이 생기는 거죠.
왜 법안 이름이 IRA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인지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궁금해할 것 같아요. 지금 배터리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텐데 말이죠. 당시 이게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타협의 산물이었어요. 실제로 전략적으로 지원해 주고자 하는 산업 부문은 에너지, 기후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에요. 전력망을 확충하고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풍력 쪽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이 어떠한지를 정부가 반드시 인식하고 관련된 법도 우리나라에서 제정해서 기업에 지원해 줄 필요가 있고요. 그것은 이차전지를 포함해서 훨씬 넓은 범위의 지원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세수 결손도 있는데 그럼 도대체 어떻게 지원할 거냐고 묻는다면 정말 어렵지만 지출 구조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얘기했습니다만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보다는 분명히 검증되고 앞으로 가야 될 길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꼭 필요하지 않겠냐는 거죠. 그리고 필요한 대로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세수 창출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하겠죠.
◇ 최서윤> 그렇게 해서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확실한 경쟁 우위를 다지게 되면 나중에 다시 법인세로 돌아가겠네요.
◆ 홍종호> 그렇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특히 기후와 에너지 관련된 전략 산업들에 있어서는 이미 미국이 당시에 3690억 달러를 에너지와 기후 쪽인 IRA 법안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이게 당시 이 법안의 전체 예산액 중 84%였어요. 전략 산업이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거기서 미국 경제에 굉장한 이익이 창출되고 있지 않습니까? 각종 지역에서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여기에 대한 생각을 빨리 우리 정부와 국회가 미래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선택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미 다 하고 있으니까 더 이상 선제적이지도 않네요. 늦었지만 이런 투자를 위한 입법화 노력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