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국가들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9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NHK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TV에서는 강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상대의 말을 차분히 듣는 느낌이었다"며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방위비 증액 요구는 없었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일 공통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국가들을 상대로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하면서 정상회담의 긍정적 분위기와는 별개로 미일 간 경제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일본도 방위비를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금액 증액이 아니라 지역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최종적으로 비핵화가 달성돼야 한다는 것이 미일 간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11일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추가 관세 조치에 일본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자동차 산업이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이행될 경우, 일본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일본 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LNG를 수입하면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내 제조업 보호를 위해 일본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단순한 인수가 아니라 미국 내 투자 개념이며, 계속해서 미국 기업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따라 향후 경영 환경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방문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강하게 희망했다"며 "양국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양국 간 경제 협상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