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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사회 일반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 2025-02-08 07:00


    수많은 유튜브 채널 사이 노컷 취재진의 눈에 뜨인 한 채널. 구독자가 많은 채널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잔뜩 묻어나는 영상이 가득했습니다.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는 올해 5살이 된 권지우 양의 아빠인 권종현 씨(41)가 운영하는 채널입니다. 아빠의 시선으로 담긴 지우의 영상들을 보면 마치 한 가정의 육아 노트를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노컷 취재진은 '지우 아빠' 종현 씨를 만나 묻고 싶었습니다. 아빠는 어떻게 '딸바보'가 되는지, 어떻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될 다짐을 하게 되었는지요.

    지금은 알지 못하는 '순간의 소중함'

    왼쪽부터 권지우 양, 송나영 씨, 권종현 씨.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왼쪽부터 권지우 양, 송나영 씨, 권종현 씨.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
    노컷 취재진이 만난 지우네 가족은 영상에서 보이듯,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가족이었습니다. 지우 엄마인 송나영 씨(38)는 평소 유튜브 영상에 등장할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지우 양은 엄마 무릎 위에 앉아 부끄러운 듯 카메라를 응시했습니다. 종현 씨는 "예전부터 찍은 영상을 순차적으로 편집해 업로드하고 있어 최근 영상 속 지우는 1~2살 더 어릴 때 모습"이라고 멋쩍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록의 시작.

    송나영: "저희 처음에 시작한 게 멀리 계시는 부모님들한테 우리의 지우가 커가는 과정을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예쁜 순간순간들을 우리가 핸드폰으로 동영상만 찍어서 보내드리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또 없어지고 막 하잖아요."

    권종현: "우리가 지금 알지 못하는 순간의 소중함도 지나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찍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죠. 사실은 이 채널을 들키지 않는 게 1번의 목표였어요. '내가 모르는 타인은 봐도 되는데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해서 한 명씩 비밀스럽게 알려줘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우가 시집을 갈지 안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자기의 삶을 오롯이 살아냈을 때 그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이 그리고 가족.

    송나영: "내가 살면서 이렇게 온전히 쏟을 수 있는 사랑 그 자체의 존재 그걸 하나쯤은 꼭 가고 싶었어요. 둘만 있어도 행복하긴 한데 (자식이 생기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고,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편을 설득했죠."

    권종현: "설득당했습니다. (웃음)"

    지우가 열어준 또 다른 세상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
    지우가 태어난 날에 대한 질문에 종현 씨와 나영 씨는 그날의 벅찬 감정을 다시 떠올리는 듯했습니다. "처음 본 아이 머리가 고깔 모양이었다"며 웃는 나영 씨의 말에 종현 씨는 "사실 처음 아기를 봤을 때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며 얼떨떨했던 당시 상황을 상기했습니다.

    권종현: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모른 채 (육아를) 시작하고 점점 더 애착이 생긴 케이스가 아닐까‥ 그러니까 아빠가 된다는 거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애가 태어나면 어떻고' 이런 거에 대비가 돼 있다기보다는 '이런 감정이구나'를 이제 배워가는‥.그런 게 훨씬 더 많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육아, 그 넓은 바다에 빠지다.

    송나영: "저는 일을 계속했던 사람이니까 출산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 경력 단절이 가장 걱정이었고요. 근데 막상 낳고 보니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냥 계속 품에 안고 있고 싶더라고요···근데 지금도 돌아봐도 또 낳을 것 같아요. 만약에 다시 돌아가더라도 '경력 단절이야 내가 감수하겠다.'"

    권종현: "아이를 낳기 전에 했던 아이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이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결국에 그게 지금 돌이켜보면 잘 몰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 고민들이었고 그리고 애가 생기면 어떻게든 그게 해결이 되긴 하더라고요."

    사랑하는 존재를 '기록'한다는 것

    '"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시집갈 때 보여줘야지"…딸바보 아빠가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브 노컷 캡처
    종현 씨는 "일상을 촬영하는 것에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든다"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쿠키 만드는 영상 촬영에 의욕이 너무 과다해 장난스럽게 쿠키를 만들던 나영 씨와 지우에게 욱했던 순간을 언급하며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나영 씨는 크게 웃으며 "그때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록과 기억.

    권종현: "사실은 우선순위가 바뀌면 안 되긴 하잖아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은 촬영 없는 지점에 훨씬 많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그리고 기록을 매일매일 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아이가 크는 시간과 함께 그 영상 속 엄마와 아빠의 젊음도 있거든요. 그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나중에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러니까 카메라 안에 담긴 그 시절과 나와 너와 아이와 그 시절 모두가 좀 오랫동안 남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너의 어떤 찬란한 시절을 같이 우리가 살아왔다'라는 그런 영상을 남기고 싶어서 계속하고 있는 거죠."

    -어른이 될 지우에게.

    권종현: "제가 지우한테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라도 지우가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 못 느껴도 저는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있지 않을까요? '내가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자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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