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4일(현지시간) 발효되자 중국이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즉각 보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한달간 유예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관세전쟁의 전선이 중국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다만 양측은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보복관세·기업제재·WTO 제소 등 中 즉각 맞대응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공고를 통해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와 농기계, 대배기량 자동차 및 픽업트럭에 10%의 추가 관세를 오는 10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중미 간의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협력에 피해를 준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텅스텐과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의 수출 통제를 이날 즉각 발효한다고 밝혔다. 해당 품목은 반도체, 배터리, 군수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이다.
상무부는 동시에 캘빈클라인와 타미힐피거와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 업체 일루미나 등 미국 기업 2곳을 '신뢰할 수 없는 업체' 명단에 올리며 제재에 들어갔다.
상무부는 또,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이밖에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중국 계면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일련의 조치는 미국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4일 0시를 기해 공개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효된 시간에 맞춘 것으로 보복조치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中과 대화한다더니 관세 발효…협상 여지는 남아
연합뉴스이렇게 양측간 본격화된 관세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협상에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아마 24시간 내로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둔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그리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각각 전화통화를 한 뒤 두 나라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달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국 정상과의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단판 협상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시 주석과도 마찬가지로 단판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결국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이 발효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양측간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 당분간 전화통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내놓은 보복 조치 가운데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최대 15%의 추가 관세 부과는 오는 10일부터 발효된다는 점에서 양측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멕시코·캐나다 빠진 관세전쟁…그럼에도 中 '자신감'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언한 것과 달리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하고 중국에 대해서만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의 관세전쟁 전선이 중국으로 보다 좁혀진 모양새다.
멕시코, 캐나다와는 협상을 통해 불법 이민자 유입과 펜타닐 유통 문제 관련 진전된 성과를 얻어낸데다 동맹국과 벌이는 관세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한 작전상 일보 후퇴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중국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는 보복 관세 부과와 미국 기업 제재 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오히려 강대강 대결에 나서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와 달리 중국이 이미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경험한데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상당한 준비가 끝났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웨이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오랫동안 대비해왔을 것"이라며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등 영역에서 중국의 선도적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 비중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18년 19.3%에서 지난해 14.7%로 크게 낮아지는 등 중국은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서며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해 왔다.
동시에 최근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이며 전세계를 놀라게한 딥시크 사례처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배터리,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둔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중국도 전면전을 이어가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2020년 체결한 약 290조원 규모의 '1단계 무역합의' 복원과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 등의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