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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와 무당이 구마를…'검은 사제들' 감독 "중요한 건 마음"[EN:터뷰]

문화 일반

    수녀와 무당이 구마를…'검은 사제들' 감독 "중요한 건 마음"[EN:터뷰]

    핵심요약

    영화 '검은 수녀들' 연출자 권혁재 감독

    영화 '검은 수녀들' 권혁재 감독.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권혁재 감독. 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국내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은 제작 단계부터 많은 팬의 관심 속에 출발했다. 전작의 명성과 새로운 영화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한 '검은 수녀들'은 의외로 '드라마'가 강한 영화가 됐다.
     
    영화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수녀를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금기를 깬 수녀와 현실과 금기 사이 경계에 선 수녀, 그리고 현실에 발붙인 사제의 신념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러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는 서로 다른 신념의 수녀를 하나의 길로 인도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신념,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이들의 '연대'는 결국 한 생명을 구원한다.
     
    권혁재 감독이 '검은 수녀들'의 매료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서사'였고, 그것이야말로 '검은 수녀들'의 핵심이었다. 권 감독은 이를 중심에 두고 과연 어떻게 신념과 믿음, 연대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어떻게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잇되, '검은 수녀들'만의 차별화된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또 한 번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지금, 권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와 해석을 나누며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금기를 깨는 수녀들을 담아내야 한다는 과제

     
    ▷ '검은 수녀들'은 어떻게 연출을 맡게 된 건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스토리가 생생하고 재밌었고,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다.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강해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본의 완성도가 높았고, 여러 레이어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또 영화 속 인물들의 연대가 마치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협력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연대하는 모습과 닮아서 더 특별하게 와닿았다.
     
    ▷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어떤 식으로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검은 수녀들' 안으로 가져오되, '검은 수녀들'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고자 했나?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는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두 수녀가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오컬트 장르로써 악령과 싸우는 구마 의식 시퀀스에 연대를 담는 게 중요했다. 또 캐릭터나 이야기 서사도 중요하지만, 미장센에서도 우리 영화만의 개성을 담아야 했다.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서 하나둘 쌓아 나갔다.
     
    ▷ 영화는 오컬트 장르라고 홍보되고 있지만, 오컬트 요소를 넣은 드라마 내지 두 여성의 버디 무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부분을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지점을 고민했나?
     
    유니아와 미카엘라 캐릭터다. 입체적인 인물들의 드라마성이 강하려면 강력한 캐릭터의 케미가 중요하다. 배우들이 유니아와 미카엘라를 제대로 표현하고 그들 사이 케미가 생겼을 때 느꼈던 여러 의미와 감정이 있다. 이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기에 장면, 카메라 화각, 사운드, 배우 연기 톤 모두 중요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 '거미집' 이후 1.66:1 사용한 두 번째 영화인데, 드라마가 강한 '검은 수녀들'에 잘 어울렸다. 해당 화면비가 어떤 점에서 영화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인가?
     
    '검은 사제들'을 비롯한 다른 좋은 오컬트 장르 영화들과 다른 개성을 가져면서도, 오컬트 드라마로서 인물의 감정들이나 캐릭터가 잘 담겨야 했다. 구마 의식을 진행하면 좁은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질 텐데, 조금 더 다르게 앵글을 가져가거나 화면에 담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다.
     
    최찬민 촬영 감독님(*참고: '군도: 민란의 시대' '국가부도의 날' '1947 보스톤' 등 촬영)이 처음 스토리보드 작업할 때 1.66:1 화면비를 제안해 주셨다. 1.66:1은 인물에 집중되는 장점이 있어서 구마 의식에서도 인물의 팽팽한 감정이 잘 담겼다.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안에 소실점에 감정이 더 집중되게끔 하는 지점이 있었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잘 담겼다는 점에서도 매우 좋았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영화 '검은 수녀들'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 

    유니아만이 갈 수 있는 구마의 길

     
    ▷ 유니아와 미카엘라에게 각각 청각적, 시각적 차원에서 영능력을 부여했다. 이러한 설정의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영능력은 '남과 다름'이다. 이로 인해서 타인의 시선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이 불편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아픔을 겪기도 한다. 내가 남과 다르다는 아픔이 어느 순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나아가는 힘이 된다. 또 두 캐릭터가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알아봐 주고, 이해하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지점에서 의미가 컸기에 자칫 장치로서만 쓰면 쉽게 휘발되고, 잘못하면 원래 의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픔이지만 한 발짝 극복해 나가는 부분으로서 담겼으면 했다.
     
    ▷ 유니아 수녀는 담배를 피우고, 성수를 말통으로 들이붓고, 악마의 입에 성물을 밀어 넣으며 입을 닫게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 발 더 나아가 볼까 고민도 했을 법하다.
     
    그것도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자칫 거침없는 행동들이 히어로물 속 여전사처럼 보인다면 해석이 얄팍해진다고 봤다. 수도의 길을 걷는 수녀가 자신의 몸보다 눈앞에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남들은 외면하는 길을 끝까지 가는 용기와 담대함이 더 중요했다. 담배 등도 실용적인 설정이지 멋을 부리려는 행동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최대한 땅에 붙어 있는 인물이어야 유니아의 진심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계속 논의하면서 균형을 조절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 구마를 완성하기 위한 조건 중 신성을 경험한 자 세 명이 모이는 것인데, 그 한 자리를 무당의 애동(견습 무당)에게 주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신성'을 보다 넓은 범위로 해석했다.
     
    그 점이 '검은 수녀들' 대본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좋았다. 연대라는 것도 좋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영화적 상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신실한 마음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카엘라와 애동이 단순히 악마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아픔을 딛고 나아가 성장한다. 그 성장의 순간들이 여기에 같이 담기는 거다.
     
    ▷ 유니아 수녀가 자신의 몸속에 악마를 넣는 방식으로 구마를 한다. 이때 여성의 신체 기관을 이용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진짜 지독한 악마와 끝까지 맞대응하는 유니아의 담대한 용기가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 악마는 상대방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유니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악마는 유니아가 자격도 없는 사람이란 걸 건든다. 그러나 유니아는 담대하게 악마의 농간에 맞대응한다. 악마가 유니아의 가장 약한 몸 상태를 파고드는데, 오히려 이에 맞대응한다. 악마가 제일 두려워할 결말을 담대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NEW 제공 

    "뭉클한 오컬트 드라마"


    ▷ '검은 수녀들'은 여러 방식으로 '믿음'에 관해 이야기해 볼 측면을 제공한다. 이번 작품을 찍으며 '믿음'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검은 수녀들'은 나는 신념을 갖고 있을까, 내가 가진 신념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걸 계속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유니아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봉사활동을 예로 들어보겠다. 봉사활동에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하고 나면 뿌듯해진다. 누군가를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는 마음이 좋은 거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왜 이걸 하지?' 등 여러 생각이 들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걸 곱씹는 행위 자체가 점점 믿음에 다가가는 거 아닐까 싶다.
     
    ▷ '검은 수녀들'을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이유를 한 줄 정도로 홍보해 본다면?
     
    "뭉클한 오컬트 드라마."
     
    독특한 캐릭터와 진심을 담은 연기, 최고의 스태프가 만든 미장센을 고스란히 느끼려면 극장에서 즐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배우들의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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