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관세 정책은 '외교 협상' 카드라는 분석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5배 인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카드가 현실화하면 경기 둔화에 대응할 '재정정책'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두고 한 달 유예를 결정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관세 부과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마약의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기로 약속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협상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도구로 관세를 활용한 셈이다.
삼성증권 김광래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불법 이민자 차단과 마약 불법 유입 차단 목표에 대한 소기의 성과를 단기간 내에 이뤄냈다"면서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도 "이번 유예 조치를 통해 트럼프의 협상가 기질을 재확인했다"면서 "향후 관세 정책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관심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지, 또 무엇을 요구하기 위한 것인지에 쏠린다. 먼저 시장은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유력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관세를 부과한 멕시코(2위)와 캐나다(9위), 중국(1위)은 모두 미국 기준에서 무역적자 규모 10위 안에 드는 국가다. 특히 8위인 한국은 베트남(3위), 대만(6위) 등과 함께 트럼프 1기 당시인 2018년보다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난 국가이기 때문이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8일부터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면서 "향후 한국 가전제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또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것에 무게를 둔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2030년까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합의했지만, 미국에선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도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에도 '부자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5년간 50억달러(약 7조 3천억원)까지 증액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분담금 규모인 11억달러(약 1조 6천억원)와 약 5배 차이다.
연합뉴스분담금 50억달러는 국방부 지출 예산(61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5% 수준에서 11%로 늘어나는 것을 물론, 올해 전체 예산 677조원의 1%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50억달러라는 조건을 고수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날 경우, 암울한 한국 경제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모두 둔화하고 경제 성장률이 꺾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금융권 모두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확대될 경우, 분담금 외에 국방부 지출 예산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지출 예산 삭감도 필요해 전반적인 정부 지출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한국의 재정정책 모멘텀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