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북쪽에서 바라본 북한의 석도(우측)와 갈도. 자료 사진서해5도 주민들은 올해에도 남북 갈등 없고, 국민의 기본권이 지켜지길 소망했다.
북한 "남북, 동족 아닌 적대관계"…남북 갈등 최고조
27일 정부의 발표와 서해5도 주민들의 말들을 종합하면 서해5도 주민은 지난해 연초부터 매우 불안한 일상을 지냈다. 지난해 1월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고 발표하면서 불안은 시작됐다.
이후 8월 실시된 을지 프리덤 쉴드(Ulchi Freedom Shield, UFS), 9월의 쌍용 24(Ssang Yong 24), 10월의 프리덤 엣지(Freedom Edge) 훈련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특히 지난해 10월은 남북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두 차례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K9 자주포 다연장로켓도 발사했다. 북한도 같은 달 북쪽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와 철도 일부 구간을 폭파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했다. 또 같은 달 북한 국방성은 우리 군이 보낸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지(삐라)를 살포했다며 경고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육·해·공을 두들기면서 당장 군사 도발이 이뤄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으로 더욱 악화됐다.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등 주요 군사 충돌이 모두 서해5도 해역 내에서 벌어졌던 만큼 서해5도 주민들의 불안감도 극도에 달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해상(수중)대지상 전략순항유도 무기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남북 관계에 피해받지 않아야…서해5도 안보 지켜야"
그러나 최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정세에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5일 해상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트럼프의 손짓에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지만 이 발사가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북미간 외교가 '밀고 당기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만큼 한반도 정세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어업을 하는 박태원(64)씨는 새해 소망으로 "서해5도 또다시 남북관계 악화나 내란으로 인해 피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군사훈련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평화가 생존"이라고 말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서해5도 내 보수지지자들도 서해5도가 군사 위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백령도 주민 김필우(75)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빨리 탄핵 정국에서 풀려나 복귀해 서해5도의 안보를 튼튼하게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인천항과 백령도를 오갔던 차도선 하모니플라워호. 이 차도선이 운항을 멈춘 이후 현재 인천항과 서해5도를 오가는 차도선은 전무하다. 연합뉴스 "정부, 서해5도 인계철선으로 활용…주민 이동권이라도 보장해야"
서해5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야간에 어선의 입·출항이 불가한 곳이다. 또 어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제한적이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섬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제약되고 있는 것인데 서해5도 어민들은 50여년째 이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서해5도 어민들은 줄곧 "우리의 삶은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이라며 줄곧 야간항행을 요구해왔다. 2019년 휴전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서해5도의 선박 항행 시간이 일출 전과 일몰 후 각 30분씩 1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분적으로 야간항행이 허용됐지만 어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같은 시기에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어장도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백령도와 대청도의 경우 늘어난 어장이 섬으로부터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구역이어서 실효성이 적다는 불만이 있다.
게다가 2023년 3월부터 인천과 서해5도를 오가는 차도선이 선령 만료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은 수년째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할자치단체인 옹진군이 새 여객선 건조 방식을 고집했지만 마땅한 운항선사가 나오지 않으면서 2년째 차도선 운항이 멈췄다. 옹진군이 뒤늦게 중고선박 도입도 함께 추진했지만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태헌(70) 서해5도어업인연합회장은 "차도선이 조기 도입돼야 한다"며 "70년 넘게 국가안보를 위해서 서해5도를 인계철선(동맹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인질과 같은 성격을 지닌 주둔군)으로 활용했으면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적어도 이동권이라도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