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봉에 실린 K9 자주포. 국방부 제공우리 군이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양국 간 첫 연합기동훈련을 실시함에 따라 민감한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군은 다음달 10~20일 UAE 알 하므라 훈련장과 아부다비 근해에서 육군‧해군‧해병대 합동전력이 참가하는 양국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육군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장비 14대와 중대급 병력, 해군은 상륙함 천자봉함(4900톤급), 해병대는 소대급 병력을 파견한다.
광대한 사막 환경을 이용한 K2 최대 유효사거리 사격이나 K9 최대 발사속도 사격 등 국내에선 경험하기 힘든 훈련도 진행된다. 아울러 연합 실기동훈련과 헬기 이‧착함 훈련 등이 이뤄져 한국군의 실력 과시와 군사협력 증진의 기회로 여겨진다.
훈련 기간 중에는 국산 무기체계 성능시범 등을 통해 K-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UAE 해군방위 및 해양안보전시회 참가 등 군사교류도 병행한다. UAE 방산전시회도 같은 기간에 개최돼 K-방산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
중동국가와의 연합훈련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러나 UAE와의 훈련은 지역 패권국 가운데 하나인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미묘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양국은 같은 이슬람 국가이긴 하나 UAE는 시아파 이란과 달리 수니파 국가로서 종파적으로 적대적이다.
UAE가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친미 성향을 띠는 것도 반미주의 이란과 다른 점이다. UAE는 이란의 위협 등에 맞서 결성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이기도 하다.
물론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이란과의 관계에 신중한 편이다. 외교부의 '2023 UAE 개황'은 "(UAE가)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기술했다.
우리에게도 이란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국가이다. 미국 주도 제재 때문에 움츠러들긴 했지만 경제적 잠재력이 크고, 양국 교류의 역사가 길며, 지금도 한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한국-UAE 연합훈련은 이란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UAE는 2023년과 2024년 강원도 인제에서 육군과학화전투훈련(KCTC)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이번 훈련과는 급이 다르다.
한-UAE 군사협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바라카 원전 수출을 계기로 '아크부대'를 파병한 이후 강화됐다. 이는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복잡한 중동 정세에 우리나라가 발목을 잡히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UAE 방문 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며 "UAE는 우리 형제국가이며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제성 발언으로 이미 이란을 크게 자극한 바 있다.
이에 이란 정부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 2021년 우리 유조선 나포 사건에 이어 양국관계가 크게 악화한 계기가 됐다.
다만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할 때 한-UAE 연합훈련의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 신정부 행보에 온통 신경이 팔려있고, UAE도 대이란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UAE는 중국과도 군사안보협력이 활발하고 군사훈련도 같이 한 것으로 안다"며 "지역 정세를 우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을 UAE로선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훈련을 기획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