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국제일반

    사라진 대중외교[베이징노트]

    핵심요약

    트럼프의 외교술…말 한마디로 중국 '들었다 놨다'
    尹 위기 회피 위해 중국 끌어들여 대중외교 '암울'
    트럼프, 적대 정책 펴지만 끊임없이 중국에 '구애'
    정치·이념 문제로 14억 세계 최대 시장 포기 안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취임한지 이제 이틀이 조금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 행보를 전세계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며 다자주의 체제 붕괴를 예고했고,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사하며 동맹국과도 무역전쟁을 벌일 기세다.

    가장 긴장하는 국가는 아무래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관세폭탄'을 예고했던 중국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에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지 않아 중국에 안도감을 줬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합성마약 펜타닐 유통 문제를 들어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보기좋게 중국의 뒤통수를 때렸다.

    중국도 '국가이익 수호'를 외치며 보복조치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언제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지, 또 어떤 신규 제재를 내놓을지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도 말한마디로 '들었다 놨다' 하며 능수능란하게 요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현재 한국의 외교 실종 상황이 더욱 뼈아프다.

    12.3 내란사태 이후 우리 정부의 외교 활동은 사실상 정지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무대에서 상대국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직무대행의 대행' 체제에서는 상대국과의 관계발전을 논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등의 활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통상 기존에 해오던대로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다.

    우리 정부의 대중외교는 더 암울한 상황이다.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황을 뛰어넘어 그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정치 상황에 중국을 끌여들였다.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 전인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 간첩이 활개치는데 야당이 관련법 개정을 막고 있는 상황을 비상계엄 선포의 한 이유로 들어 중국을 자극했다.

    이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 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선다" 등 윤 대통령이 불붙인 반중정서에 올라타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이런 행태를 지켜보자니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여간 한중관계가 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지난해부터 한중관계가 개선 국면에 들어선 것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그나마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며 우군 확보가 필요한 중국이 윤 대통령의 행태나 노골적인 국내 반중정서를 '한국의 내정'이라며 애써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이 다행인 상황이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으로 돌아가 그는 1기 집권 당시 중국에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중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폈고, 2기에도 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저리가라 할 정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론 끊임없이 중국에 구애의 손짓을 보낸다. 취임 전 자신이 먼저 요청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취임과 동시에 연내 중국 방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시 주석과의 위대한 관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되도록 빨리 시 주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그의 발언은 누가 봐도 '립서비스' 수준이다. 하지만 비록 립서비스인 것을 알더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혹시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다.

    다음에 대중외교의 키를 쥘 대통령은 다른건 몰라도 안면몰수하고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외교술을 좀 배웠으면 한다.

    중국이 좋아서 관계 개선에 나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적, 이념적 이유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14억 인구의 세계 최대 시장을 두고도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윤 대통령과 충암고를 함께 다닌 정재호 주중대사는 이제 좀 본인이 원하는대로 한국으로 보내주는게 어떨까 한다.

    그동안 정 대사와 관련된 수많은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윤 대통령의 친구라는 그의 이력만으로도 중국에서 신뢰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이미 교체가 결정됐음에도 계속 중국내 우리 정부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혀 놓는 것은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차라리 정무공사 대리대사 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예산도 아끼고 그나마 대중외교가 현상유지라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