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에 연결된 체육관 농구장. 김수진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② '장학금도 꿀꺽?' 광주시체육회 단체종목 장학사업 '엉터리' ③ 그만뒀는데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지원비 빼가려 서명도 조작 ④ 영화 출연·임의단체 농구대회 학생 동원…조선대 농구부 '노동 착취' 의혹 ⑤ 농구부 비리 민원 뭉갠 조선대 체육실 '조직적 은폐' 의혹 ⑥ 사각지대에 방치된 대학 운동부 운영 비리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끝) |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조선대학교 농구부의 운영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적정한 운영비 사용 등 투명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대학교의 한 단체종목 운동부에 따르면 이 운동부는 수년 전부터 학부모 회비 관리를 학부모 3명이 맡고 있다.
회장은 학부모들의 건의 사항을 감독에게 전달하고, 지원금과 회비 등의 전체 운영비가 투입되는 현황을 보고 받는다.
총무는 회비를 사용한 뒤 내용을 정리하고, 감사는 전체 학부모에게 회비 사용 내용을 확인한 뒤 공개하고 있다.
해당 운동부를 담당하는 A감독은 학교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파악해 1년에 3~4차례 학부모 전체 대면회의를 열어 재정 투명성을 높였다.
이 같은 방식은 10여년 전 법조계의 자문을 토대로 마련됐다.
A감독은 "학부모들이 서로 역할을 나눠 3인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보통 다른 운동부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당 운동부의 학부모회장 B씨는 "모든 학부모가 대회 출전비가 부족하면 예선전까지 투입될 비용을 계산해 갹출한다"며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회비를 내지 않는다"고 자체 규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비 이외에도 학부모 개인 후원을 해도 전체 학부모가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에 연결된 체육관 농구 코트. 김수진 기자규모가 비슷한 광주의 또다른 대학교 농구부는 조선대 농구부보다 훨씬 적은 매달 20만 원 정도의 회비를 학부모들에게 갹출하고 있다.
또 학부모 회장과 총무 등 2명이 모든 회계 장부를 온라인상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회비 부정 사용 의혹을 받는 조선대 농구부와 좋은 대조를 보였다.
이 대학 농구부 감독 C씨는 "아이들의 간식비 등이 부족하면 학부모와 상의한다"며 "아무리 학부모 회장과 총무가 있다고 해도 나머지 학부모들이 궁금해 해 정산 과정은 필수"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운동부 학부모들이 갹출한 회비에 대한 관리와 집행, 감사 역할을 분담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회비 집행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팀 김종우 변호사는 "학부모들이 주도하는 회비 모임은 '비법인 사단'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대표 격인 회장과 회계 업무를 보는 총무, 회계 자료 검증을 맡은 감사의 3인 대표를 둬 학부모 총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민법상의 조합과 위임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관련 규정을 적용해 회계 결산 과정을 문서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는 방법이 가장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금 인출이나 계좌 이체로 학부모 회비를 감독과 코치 등에 대한 격려금으로 제공한 경우라고 해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전경. 조선대 제공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 회비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본부가 대학 운동부의 운영 전반을 살펴 프로 진출 등의 꿈을 키우는 학생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 지역에서 체육시민연대 활동을 하는 주재헌 변호사는 "대학 운동부 지배구조 개선의 측면에서 회계처리부터 학생 선수 관리까지 모두 감독에게 일임된 과도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며 "대학 운동부의 기능 세분화는 물론 대학 본부가 감독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기관에 맡겨 감시 역할을 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부 비리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2차 가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학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 변호사는 "징계 규정에도 2차 가해 금지와 접근 금지 등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 등이 있다"며 대학 측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2차 가해란 원치 않는 접촉 또는 화해를 종용하고, 고의로 사건을 은폐·축소하거나 사건 해결을 지연시키는 행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소문 유포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다.
지역 시민사회도 적극적인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기우식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규모가 있는 사립대학인 조선대학교에서 운동에 전념해야 할 운동부 학생들이 좌절하고 상처받을 수 있는 이 같은 비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회계 부정은 물론 학생 인권침해,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