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게리 콘 IBM 부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모습. 경기도 제공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대신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참모 출신들을 잇따라 만나 외교 보폭을 넓혔다.
외교 1순위 국가의 대통령 핵심 측근들과 라인(인맥)을 구축함으로써, 차기 대권 잠룡으로서의 차별화된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식 경제정책' 주도한 게리 콘 마주한 김동연
23일(현지시간) 김동연 지사는 WEF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게리 콘 IBM 부회장과 만나 최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전망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게리 콘 부회장은 지난 2017~2018년 트럼프 정부 경제정책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제통' 출신이다. 한국 정부로 보면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해당된다. 세금개혁과 규제완화 등 트럼프식 경제정책을 주도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로서 게리 콘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기억을 돌이키며 둘은 보다 친밀하게 면담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반을 다져 놓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지사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국정 방향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김 지사는 이날 동행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 얘기하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물었다"며 "아마도 트럼프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경제 조치를 할 대상국은 따로 있기 때문에 한국에 당장 조치가 있진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우선순위 첫 번째 조치 대상국들은 3개국이지만, 한국은 그 다음 스테이지로 예상된다는 (게리 콘의) 전망도 있었다"며 "대화 소재로 미국의 무역협정 재검토와 전기차 의무 폐지를 포함한 에너지정책 전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다뤘다"면서 대비 필요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2기에서 경기도와의 관계에 있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게리 콘이) 한국에 대한 조치가 감지되거나 실행되면 가교 역할을 해주겠다고 화답했다"며 "한국사회에 대한 문의들이 있어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회복탄력성을 설명해주면서 '한국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에게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의 한미 관계, 경제 전망 등을 설명하고 있는 게리 콘 IBM 부회장. 경기도 제공게리 콘 부회장이 골드만삭스그룹 사장을 거쳐 지금은 글로벌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IBM을 이끌고 있는 만큼, 김 지사는 자신의 시그니처 산업정책 분야인 인공지능과 데이터, 클라우드 등에 관한 견해도 공유했다.
김 지사는 "IBM에는 경기도 공공기관, 대학 등과 공동 연구개발(R&D) 센터 사업을 비롯해 양자역학 기술 인재 양성, 양자 관련 스타트업 등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며 "AI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구축과 청정에너지 사업 추진 등에도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입'이었던 정치거물과도 맞손
트럼프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거물급 정치인과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사라 샌더스 미국 아칸소주지사다. 김 지사처럼 광역 지방정부 수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라 샌더스 주지사는 트럼프 1기의 수석대변인을 지낸 인물로, 첫 여성이자 최연소 주지사로서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 '부녀 주지사' 타이틀을 달고 있다.
미국 아칸소주지사와 면담 중인 김동연 지사. 경기도 제공주지사 부부와 함께 만난 김 지사는 이들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하며 대화 물꼬를 텄다.
특히 사라 샌더스 주지사는 '배터리·모빌리티·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공감대를 앞세우면서, 이에 관한 김 지사의 협력 강화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향후 경기도 사절단을 미국 쪽에 파견해 세부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유대종 경기도 국제협력특보는 "주지사는 작년에 한국사무소도 개설했고 하남시하고 도시(리틀록 시) 간 업무협약(MOU)을 맺은 인연도 있다"며 "경기도에 관심이 많아서 오늘 다보스에 도착하자마자 도지사와 만남을 전격 결정하게 됐다"고 면담 성사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사라 샌더스 주지사는 지난해 3월 하남시를 찾아 경제·문화 등의 협력 증대를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김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밀첩한 주지사와 만나 협력 관계를 다지고 교두보를 만든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래산업' 글로벌 대기업 수장들과도 머리 맞대
김동연 지사가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동행 기자단에 일일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이 외에도 그는 이날 '청정 전기를 향한 경주' 세션에 참석해 보다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혁신 등에 관한 논의에 참여하는가 하면, 미국 블룸에너지(연료전지·탈탄소화 서비스)와 이콜랩(용수처리), 시스코(IT) 등 미래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 CEO들과 경제협력을 의논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콜랩과 만나서는 도내 반도체클러스터 용수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활용수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얘기했다"며 "블룸에너지와는 AI클러스터, 반도체클러스터 전력에 있어서 전력공급 협력 대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