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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핵보유국' 치밀한 계산…뒤쳐진 대행외교

대통령실

    트럼프 '北핵보유국' 치밀한 계산…뒤쳐진 대행외교

    "뉴클리어 파워" 언급 왜?

    北 향해 대화 손짓…美 위주의 '딜' 시도
    비핵화 내세웠던 韓, 패싱 우려…정부는 당혹
    '장삿꾼' 기질 트럼프, '맞춤형 전략' 있어야
    대행 외교는 여전히 한계

    연합뉴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nuclear power·뉴클리어 파워) 발언을 두고 파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을 공식 핵무기 국가라고 인정하기보단 협상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 담긴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기질을 감안해 정부의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12·3 내란사태'에 따른 권한대행 외교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뉴클리어 파워" 언급 왜…숨겨진 속셈은


    22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면밀히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국제사회와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이제 그(김정은 국무위원장)는 '뉴클리어 파워'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는 발언은 여러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한미 양국이 공유해온 최우선 목표인 '북한 비핵화'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며 핵보유국이라는 용어를 자제해왔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곳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공인받진 못했지만 사실상 핵을 가졌다고 보는 핵보유국은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이다.

    김정은, 핵무기시설 현지 지도. 연합뉴스김정은, 핵무기시설 현지 지도. 연합뉴스
    북한은 NPT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위반해 불법으로 핵을 개발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식한다면 더는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면밀히 따져보면 숨은 '속셈'이 있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뉴클리어 파워'는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지칭할 때 언론 등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공식 핵무기 국가를 뜻하는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과도 차이가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단 영어로 캐주얼하게 얘기를 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이번 언급을 정확히 우리말로 바꿔서 의미를 살리면 '핵 무장국'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군사적으로 핵을 보유한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인 표현 정도라는 분석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핵 보유국 단어에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보다, 현재 '팩트'에 우선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미국 워싱턴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채택한 정강 정책에는 '북한 비핵화'가 문구가 빠졌다. 박원곤 교수는 "워싱턴의 기본적 분위기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한미 목표인 '북한 비핵화'(빅딜)보다 미국에게 현실적 협상인 '핵군축·핵동결'(스몰딜)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감축하고,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게 줄 수 있는 핵 위협을 당장 관리하고, 단계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굉장히 계산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이 이와 같이 '딜'을 하게 된다면 한국은 비핵화 목표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안보 불안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급한 정부는 일제히 대응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으로 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통일부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삿꾼' 기질 트럼프, 정부 '맞춤형 전략' 있어야…대행 외교는 한계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장삿꾼' 기질을 본다면 기존과 같은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승함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 동안 이런 식으로 미국과 북한 협상이 흘러가고, 추후에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우리의 대북 정책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관례적이고 관습적인 외교 행태가 이제 안 통한다. 외교, 안보라인을 총동원해 미국 쪽에 우리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 관련 협상에 있어 우리 정부의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측에 필요성을 '어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임을출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패싱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한국과의 협력 없이는 북한과의 협상을 순조롭게 이행하기 어렵다는 그런 점들을 충분히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순조롭지만은 않고, 정부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북한 입장에선 '일방적' 메시지일 수 있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한미 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 복원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스몰딜' 역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한 위협을 철회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쉽게 양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교수는 "김정은은 과거처럼 아무 조건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보는 게 맞고, 만나더라도 조건을 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ㅜ"트럼프 대통령 역시 거래 비용이 맞아야 합의를 하는 측면이 있고, 사실상 압박 전략인 이번 메시지에 대해 북한 호응이 없으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딜' 자체가 굉장히 복잡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겐 북한과의 협상이 더는 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관철을 위한 방편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의 발 빠른 외교 전략과 실행이 필수지만, '12·3 내란사태'에 따른 권한대행 외교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임을출 교수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격변하는 정세에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국내 '핵무장'을 통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NPT 체제를 어기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의 핵무장에 미국이 자발적으로 동의를 하거나, 68년 NPT 체제가 무너지거나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때는 핵무장론 목소리를 키워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먹히긴 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신경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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