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정부청사 공수처 모습. 과천=황진환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내란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구치소에서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구속 기한만 속절없이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내란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 사건을 조속히 검찰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후 3시 검사와 수사관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6시간 만에 빈손으로 철수했다. 구속 피의자는 강제로 연행해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나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준비를 위해 변호인 접견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강제구인 무산에 관해 "피의자(윤 대통령)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며 "오늘 오후 탄핵심판 변론 일정에 (윤 대통령) 출석이 예고돼 오전 중 구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다시 강제 구인에 나서거나 구치소 방문 조사도 선택지에 두고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사 차질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단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 현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우여곡절 끝에 강제구인이 성사되더라도 지난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닫을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된 직후 이뤄진 피의자 조사에서도 공수처 검사의 질문 대부분에 진술을 거부했다.
연합뉴스게다가 윤 대통령은 향후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 매 기일 참여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탄핵심판 준비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추가 조사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3일에도 헌재 기일이 잡혀있다.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 시간은 계속 허비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을 다음달 7일까지로 본다. 수사기관은 1차 구속 기한이 10일, 한 차례 연장하면 최장 2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법원의 체포적부심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걸린 시간을 계산해 최대 나흘 정도 구속기한이 연장된다고 공수처는 보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공수처는 오는 27일 전후로는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는 공수처는 앞서 검찰과 구속 기한을 약 10일씩 나누어 쓰기로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공수처가 사건을 조속히 특수본(특별수사본부)로 넘겨서 잔여 수사와 기소 준비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19일 새벽 구속된 후에도 공수처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공수처는 그 다음날 오후 3시에서야 강제구인에 나섰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해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 이첩 시기를 조율 중이다. 검찰은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을 조기에 이첩해달라는 취지로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는 절차와 관련해 검찰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이미 정해진 절차이고 시점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