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북서쪽에 해안에 위치한 미국의 피투픽 군사 기지(옛 툴레 공군기지). 1989년 7월 9일 촬영. 미군의 중요한 항공우주기지이며 러시아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지난 7일 발언이 후폭풍을 계속 낳고 있다. 이 말이 나온 당일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마치 선발대로 현장 답사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거리를 활보하고, 주민들도 만났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해 국가와 후손들이 번창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린란드는 주민의 90% 정도가 원주민 성격의 그린란드계 이누이트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덴마크가 아니라 현지인과 직거래를 하려고 추파를 보내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7일 그린란드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주민의 약 90%는 미국에서 에스키모로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사진을 찍은 주민들은 트럼프의 대선 구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쓰여진 붉은 모자를 썼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엑스(X) 계정에 이 사진을 올리고 "그린란드는 미국과 트럼프를 사랑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 신문은 트럼프 장남 측의 원주민을 동원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소셜미디어 X계정 캡처트럼프 부자의 이런 기민한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인 본인의 젊은 시절 아버지와의 동업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대학 재학 때 부동산 건축업자였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함께 1200세대나 되는 아파트 단지를 사들였다. 트럼프는 이것을 자신이 벌인 최초의 큰 사업이라고 했다.(트럼프 저 '거래의 기술' 111~121쪽)
트럼프 부자는 이 아파트 단지를 리모델링해 모두 임대를 놓은 뒤 되파는 방법으로 단기간에 600만 달러 (약 84억 원)를 벌었다고 한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트럼프 부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을 사들이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그린란드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냉전 시절이던 지난 1951년 덴마크와 멪은 방위협정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유럽을 위협하던 소련으로부터 방위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그린란드 북서쪽 해안의 피투픽 기지(옛 툴레 공군기지)다. 이곳은 미사일 방어와 및 우주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 영토를 무력으로라도 차지하겠다니 도둑에게 집을 맡긴 꼴이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 외신 siasat 캡처그린란드에 대한 외교와 국방 권한을 갖고 있는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 15일 트럼프 당선인과 45분간 통화를 했다. 프레데릭센은 트럼프에게 "덴마크가 북극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덴마크 총리의 이런 답변은 그린란드의 매입이나 합병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저돌적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트럼프의 합병 시도가 그린란드의 독립 문제로 옮겨붙을 수도 있다. 인구 5만 6천 명의 그린란드섬에는 자치 정부가 있다. 지난13일 무테 에게데 자치 정부 총리는 "영토 문제는 자신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업적 접근은 환영하며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지난 2009년 발효된 그린란드 자치법에 광물 수익은 모두 자치정부에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그린란드인들은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여 광물 자원을 개발해 부유하게 살고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가 덴마크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그린란드인들의 소유"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덴마크와 미국을 동등하게 보는 시각이 녹아 있다. 실제로 에게데 총리와 그가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누이트 아타카티기트당은 그린란드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취임 초기부터 그린란드 합병을 몰아부친다면 덴마크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유럽연합 EU가 덴마크의 편을 들어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만 따지면, 덴마크는 물론 유럽 전체가 나선다 해도 미국을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미국의 1년 국방비는 EU 모든 회원국의 연간 국방비보다도 훨씬 많다.
EU 국가들은 오히려 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더 불안해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미국의 영토 야욕보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거의 3년 때 계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의 상황은 여전히 절박하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참전으로 더 힘겨운 항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은 더이상 유럽 국가들의 안보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다. 유럽 스스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유럽이 냉전 종식 이후 무기를 녹여 쟁기로 쓰면서 30년의 세월을 흘려 보낸 결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북한군의 참전을 막아달라고 중국에 호소했다. 호소의 대상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가 시진핑 주석이 정말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젤렌스키의 이런 궁벽한 처지는 모든 유럽 국가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폴란드, 핀란드 등은 불안감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떠나고 나면 기댈만한 강대국이 없다.
중국은 어부지리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뗀다면 중국이 유럽과 러시아의 싸움에 중재자가 될 여지가 생긴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대량 수입하면서 전쟁 중인 러시아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무력 합병 발언이 시진핑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점은 하나 더 있다. 만약 트럼프가 그린란드의 강제 합병을 강행한다면 시진핑에게는 대만을 침공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그린란드 문제를 대만과 연결짓지 말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 1월 15일 보도) 대만은 자국 영토이기 때문에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미국이 남의 땅인 그린란드를 넘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이 현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원론적인 답변일 뿐이다. 미국이 실제로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흡수하려고 행동에 나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럴 경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중국을 비난하기 어렵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분명히 반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했으니
군대를 동원하지 않겠다는 암시로도 들린다. 트럼프가 대만을 놓고 중국과 모종의 거래에 나설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 한정 국가 부주석을 보냈다. 역대 최고위급이다. 그동안은 의례적으로 미국 주재 중국 대사가 참석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직접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달라고 요청도 했다고 한다. 재선으로 자신감이 붙은 트럼프가 중국과 더 대담하고 위험한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