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구속 이후 맞게 된 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공수처는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다시 잡았지만, 대통령 측은 협조할 가능성이 낮다.
대통령 측 비협조로 공수처 수사는 '일방 통보'만 반복될 거란 우려가 큰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은 이번에는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해 구속의 정당성을 다투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그동안 모든 법적 수단을 이용해 수사 절차에 불복해 왔었다.
尹 공수처 소환에 '묵묵부답'…강제인치 되나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직후 한 차례 조사를 받았을 뿐 이후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은 전날 공수처 조사 일정에 윤 대통령이 응할지 여부에 대해 "어렵다"면서 "공수처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조사에도 응하지 않는 등 계속해서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인치(강제연행)나 구치소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더라도 유의미한 진술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닷새 전 공수처 첫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질문 내용과 관계없는 동문서답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상당 부분이 공란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윤창원 기자공수처가 200여 쪽이 넘는 질문지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당시 군 사령관들에게 지시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했지만, 윤 대통령은 '검사나 판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만 이어갔다. 조사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은 '공수처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진술 조서에 서명·날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정당한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했다는 쪽지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쪽지"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3인방(여인형 방첩사령관·곽종근 특전사령관·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의 진술이 오염됐다고도 주장하며 "허위"라는 입장이다.
'몇 장 안 남았네'…구속된 尹 후속 카드는?
구속영장 발부 직후 윤 대통령 측은 원색적으로 사법부를 비판하기에 바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내놓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말조차 차마 꺼내기 어려울 정도의 엉터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사법부 판단을 부정했다.
법원 판단을 반헌법·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규정해 온 윤 대통령 측이 꺼낼 다음 카드는 구속의 정당성을 다투는 구속적부심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까지도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으로 수사 절차를 문제 삼아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법원은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으로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며 다음 절차를 짐작게 하기도 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 등의 청구로 법원이 그 구속이 적법한지 여부와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다. 법원이 구속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법원은 석방을 명할 경우 피의자의 출석을 담보할 만한 보증금을 납입할 것을 조건(기소 전 보석)으로 정할 수도 있다.
구속적부심이 열리면 윤 대통령 측은 꾸준히 주장해 온 관할권 문제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로 그 누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 명은 이미 구속기소 됐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 류영주 기자구속적부심 심사에서는 구속 당시의 사정뿐만 아니라, 적부심사 시까지 변경된 사정까지 고려해서 따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영장 발부 사유의 핵심인 증거인멸 우려가 쉽게 불식되진 않을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따질 때 물적 증거 훼손뿐 아니라 주변인에 대한 입막음이나 공범에 대한 직·간접적 메시지 전파 등 '인증(人證)' 인멸에 대한 가능성도 고려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기소 이후엔 재판부 기피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을 청구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까지 윤 대통령 측은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수사 절차에 제동을 걸어왔지만, 사법부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이의신청과 체포적부심 등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봤지만, 법원 판단은 모두 '기각'이었다.
우선 윤 대통령 측이 서울서부지법에 1차 체포영장 발부에 이의 신청을 했을 때도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공수처가 '12·3 내란사태' 수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110조 등 제외 판단이 영장에 담긴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체포영장 집행 후 윤 대통령 측은 관할 문제를 들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되레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을 확인받는 사법적 판단만 쌓이는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