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비상계엄 당시 작성된 계엄포고령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측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책임공방을 벌이는 등, 윤 대통령 측근들의 충성심에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당시에도 핵심 측근들이 구속 이후 심경 변화 등으로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향후 윤 대통령 관련 수사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여러분은 친구 축하송 안해주나?"…여전한 충성심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7일 서울 서대문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출석했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은 경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경호처 창립 60주년을 겸해 경호처가 윤 대통령의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는 등, 윤 대통령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여줬다.
김 차장은 특히 '경호처 직원들이 생일 축하 노래까지 만들어 부른 것은 사적 유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러분은 친구 생일 축하파티, 축하송 안 해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경찰 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했던 김 차장은 이날 조사실에 들어선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계엄포고령'에 尹-김용현 우정 균열 조짐?
연합뉴스그러나 김 차장의 충성심이 향후 그의 구속 기로 국면에서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12·3 비상계엄 선포에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 '충암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검찰 구속 이후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2·3 계엄포고령을 놓고 윤 대통령 측이 '김 전 장관이 포고령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자, 김 전 장관 측은 '착오 없이 작성됐고 윤 대통령이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이 민감한 계엄포고령 1호 내용을 언급하며 이를 김 전 장관의 착오로 돌리면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책임공방으로 비화되자 윤 대통령 측은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이에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오는 23일 첫 순서로 실시하기로 했다.
김백준 구속하자 MB수사 탄력…朴도 심경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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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만 살펴봐도 피의자가 구속되거나 구속 기로에 서게 될 때 심경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2017년 말 검찰의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수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 구속을 기점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게 된다. 40년 지기 김 전 기획관의 자백이 나오자 이 전 대통령도 곧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김 전 기획관과 대통령실 근무 인연이 있는 고(故)정두언 전 의원은 2018년 8월 당시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백준 전 기획관이 왜 이렇게 사실대로 얘기했을까. 그 사람, 검찰이 급소를 찔렀을 것"이라며 "검찰이 그것을 가지고 급소를 찔러서 사실대로 불지 않으면 가족을 손대겠다(라고 압박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7년 4월 당시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조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첫 방문조사에서 '40년 지기' 최순실 씨에게 '이용당했고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구속 기로에 놓인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청구 법원은 서울서부지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