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직원들이 지난해 7월 17일 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현지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 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부터 2년 넘게 끌어온 지식재산권 분쟁을 양측 간 합의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한수원과 한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 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수원과 한전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의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협력 관계 복원을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합의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양측이 이번 합의를 통해 지난 약 50년 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한전도 양측간 법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이 3월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수주를 앞두고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분쟁 해소로 체코 신규 원전 최종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독자적인 수출에 제동을 걸어왔다. 반면 한수원은 APR1400의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독자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붙어왔다.
정부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간 분쟁에 대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미양국 정부 간 원전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며 길을 터줬다. 한미 양국은 미 현지시간 8일(현지 미국 에너지부 및 국무부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했다.
양국은 MOU체결을 통해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양국의 수출통제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제3국의 민간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한 양측 기관 간 협력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정부관계자는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증대를 감당하기 위해 각국이 원전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으로 원전 시장 확대는 불가피한다. 원전 시장에서 가장 기술력을 인정받는 나라가 한국을 제외하고 러시아, 중국 등인데 이들 나라와는 원전 협력을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미국도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분쟁이 한미 원전 협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는데 이번 분쟁 해소로 한미 원전 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한전 역시 불확실한 분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글로벌 수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이번 지재권 협상 타결 내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합의 내용에 유럽 시장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진출하고, 중동은 한국이 진출하는 합의가 담겼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분쟁 해소를 위해 얻은 실익을 두고는 향후 논란이 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분쟁 해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분쟁 종결 합의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양국 정부 및 민간이 최고 수준의 비확산 기준을 준수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며,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을 무대로 양국 기업 간 활발한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