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2·3 내란사태' 수사에 청신호가 켜졌다. 공수처는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전날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던 윤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 수사 국면에서 줄곧 공수처가 위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을 두고서는 "관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서부지법이 아니라 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경우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러나 소 판사는 체포적부심 기각 사유를 "청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서울서부지법의 관할권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수사 정당성을 법원에서 재차 확인받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지난 15일 오전 10시 33분 체포했다. 구속영장은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다만 법원의 체포적부심에 걸린 시간은 48시간 계산에서 빠진다. 구속영장 청구 시한이 애초 17일 오전 10시 33분에서 적어도 반나절 이상 연장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1차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데다 추가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수처가 체포 시한을 다 채우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미 첫 조사에서 미리 준비한 200여 쪽의 질문지 상당 부분을 소화한 상태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곳은 서부지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앞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에 구속영장도 청구할 방침을 전했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가 조만간 열리고 만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윤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전후 재판에 넘겨진다. 형사소송법상 수사 기관은 최장 20일(1회 연장 포함) 안에 구속 피의자를 기소해야 하고,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공수처와 검찰 두 기관이 구속기한을 절반씩 나눠 수사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추가 조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와 함께 사건을 넘기는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 내란 사건에서 공수처가 구속 피의자를 시한을 다 채우지 않고 검찰에 넘긴 전례도 있다. 공수처는 앞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체포 9일 만에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에서도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최대한 빨리 이첩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잔여 수사와 공소제기 준비 등을 열흘 안에 모두 처리하기에는 호흡이 가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상황과 결과를 감안해 가장 적정하고 효율적인 수사 및 후속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다면 이첩 시점 등에 관한 협의를 공수처와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