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 연합뉴스경찰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현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동시에 긴급체포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찰이 경찰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셀프 수사' 우려가 있었던 상황에서 경찰이 두 청장을 긴급체포하면서 이러한 우려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이번 내란 사태 수사에 대한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국수본 특수단, 조지호·김봉식 모두 긴급체포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1일 내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같은 날 긴급체포됐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1일 오전 3시 43분 내란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조 청장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약 12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조 청장을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전날 오후 5시 30분에는 김 청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경찰청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마찬가지로 긴급체포했다.
조 청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경찰을 투입해 국회의원 출입 등을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조 청장은 3일 오후 10시 59분, 11시 22분, 4일 새벽 3시 34분에 박 사령관과 통화했다. 조 청장은 박 사령관의 국회 통제 요청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 취지로 답했지만, 오후 11시 27분쯤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확인한 뒤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세부 상황 설명을 종합하면, 김 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 청장의 '국회 주변 안전조치 강구' 지시에 따라 국회 주변에 5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김 청장은 오후 10시 46분쯤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현장에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했다가, 오후 11시 6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에 대해선 신분 확인 후 출입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포고령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7분부터는 조 청장이 전면 출입 통제를 지시하면서 다시 현장이 통제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국회의원이 대치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는 최대 32개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 소환 조사 과정에서 국회 통제 과정 전반과 당일 통화 내역, 불법성 인지 여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국회 전면 통제 지시 직전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통화했는데, 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조 청장은 3일 오후 10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전화도 받았고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설 3곳에 경찰 투입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일주일 만에 수뇌부 긴급체포…부실수사 우려 불식하나
이번 긴급체포는 내란사태 발생 후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특수단은 지난 6일에는 두 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으며, 지난 9일에는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특수단은 수뇌부 조사 전에는 국회 통제 현장에 있었던 경찰 다수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수사 속도를 두고는 경찰이 '셀프수사'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2명이 국수본에 방문해 해당 우려를 전달하자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걱정하지 마라. 조 청장에게 (수사에 대해) 보고할 사항도 아니고 보고해서도 안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게다가 조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탄핵안 발의라는 악재까지 맞은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170명이 발의한 조 청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표결은 오는 12일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법은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발의된 조 청장 탄핵소추안을 보면, 조 청장의 탄핵 사유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침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 대의민주주의 침해, 12‧3 내란 사태 가담 등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법에 따르면 조 청장의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300명)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통과될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170석을 차지한 만큼 조 청장 탄핵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특수단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해당 회의에 참석한 한 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 조태용 국정원장 등 11명에게 출석을 요구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명에 대해선 이미 조사를 마쳤다. 특수단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특수단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작전에 투입됐던 국군방첩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국방부에 각각 부대원 투입 현황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