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방문한 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정성욱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해 수감하려 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이는 가운데, 계엄군이 출동했던 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이 주요 장소로 지목된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가장 많은 병력을 투입한 곳인데다, 계엄군이 점거에 나섰던 선관위 기관 3곳 중 유일하게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수의 인원을 구금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셈이다.
한동훈 대표는 6일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여 방첩사령관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들을 과천의 수감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구체적 계획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했다.
계엄군이 대기했던 장소로 지목됐던 국립농업박물관 주차장에서 바라본 선관위 연수원. 성인 걸음걸이로 3분이면 도착한다. 정성욱 기자한 대표가 지목한 곳은 경기도 과천이지만, 실제 계엄군이 체포할 목적이 있었다면 선관위 연수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출동 인원이다.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출동한 기관 3곳 중 연수원에는 가장 많은 130명이 투입됐다. 과천청사는 120명, 관악청사는 47명이었다. 교육 위주로 운영되는 이곳에 가장 많은 병력이 투입된 것이다.
계엄령 당일 계엄군은 연수원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농업박물관 주차장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과 연수원간 직선거리는 300m 정도로, 성인 걸음걸이로는 3분이면 닿는 거리다.
계엄군은 연수원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주차장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당직 근무중이던 연수원 직원은 계엄군이 농업박물관 주차장에서 대기했으며 연수원으로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선관위 직원 역시 "군인들이 농업박물관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고,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계엄군이 점거를 시도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관 3곳 중 유일하게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 선관위 연수원 생활동. 정성욱 기자
하지만 한 대표 주장대로 계엄군이 유력 정치인들을 체포한 뒤 구금하려 했다면 연수원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엄군이 출동했던 기관 3곳 중 유일하게 숙박시설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전 방문한 선관위 연수원에는 90여개 호실을 갖춘 '생활동'이 위치해 있었다. 본관 옆에 자리한 생활동은 'ㄷ'자 형태로 지상 3층 높이 규모였다. 이곳은 교육을 듣기 위해 각 지방 선관위에서 올라오는 관계자들이 머무는 용도로 이용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숙사처럼 상시 이용되는 곳은 아니고, 교육이 있을 때마다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계엄령 당일 숙박 중이던 직원들이 있었는지, 계염군 지휘관이 연수원을 찾아오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 시도 여파가 이어지면서 이날 연수원 역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강당에서는 교육이 진행중이었지만, 그외 건물 밖을 돌아다니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다. 건물 앞에 있던 관계자에게 계엄군이 출동했을 당시 상황을 묻자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계엄군이 대기했던 장소로 지목된 국립농업박물관 주차장. 정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