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뱉은 근거없는 음모론에 아이티 출신 이민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한 것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이 같은 거짓 주장을 반복한 뒤 아이티 출신 미국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 책임자인 바일스 도세인빌은 센터에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면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자신의 한 친구는 이런 적대감에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프링필드의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TV 토론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아이티안타임스는 보도했다.
아이티 이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는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종차별적인 표현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증폭되면서 아이티계 주민들이 집 앞에서 괴롭힘과 폭행,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D 밴드 상원의원도 SNS에서 비슷한 거짓 주장을 퍼트렸다. 그러나 스프링필드 시 당국자들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믿을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민자 문제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으로 중서부 소도시 스프링필드가 대선 레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에 대한 거짓 주장은 스프링필드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줬지만, 이민자 때문에 학교, 병원 등을 이용하기가 이전보다 힘들어졌고 임대료도 올랐다는 것이다.
인구 5만8천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약 3년간 1만5천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유입됐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이티계 미국인은 약 110만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민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