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박람회 전경. 벡스코 제공부산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66명. 서울에 이어 전국 꼴찌 수준이다. 개모차(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건수가 유모차를 앞지른 지 오래다. 결혼과 출생은 유예, 반려견과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익숙한 시대가 됐다.
트랜드에 가장 민감한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 산업은 이같은 사회 현상을 즉각 반영한다.
임신·육아 박람회는 저출생 기조에 맞춰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프리미어 라인을 선보이고 있고, 반려동물 펫 분야는 동물종별 따로 박람회를 열어 스타트업의 판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출생 현상이 고착화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실제 전시 현장에도 반영된다.
11일 벡스코에서 열린 최근 10년간 전시회를 살펴보면 임신·육아 관련 박람회는 개최 건수가 들쭉날쭉, 전시 면적이 줄고 있지만 반려동물 펫 박람회는 10년 만에 전시 건수가 4배, 면적은 6.5배에 늘었다.
올들어 벡스코에서 열린 임신·육아 박람회 개최 건수는 19건, 면적은 7만 8752㎡다. 10년 전엔 14건, 8만 6728㎡와 비교해 면적이 줄었다.
반면, 반려동물 박람회는 2015년 2건, 공간은 6720㎡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건, 4만 3780㎡규모로 부스를 차렸다. 10년 만에 건수는 4배, 면적은 6.5배 대폭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강아지, 고양이를 묶어서 개최하는 펫 박람회가 2021년부터는 고양이 부문을 따로 떼 4년 연속 단독 개최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폭을 더 확대해 거북, 도마뱀, 뱀, 악어 등 파충류 동물인 '랩타일' 박람회도 2023년 첫선을 보인 이후 그해 2건, 3312㎡ 규모로 진행했고 올해는 3건, 4896㎡ 규모로 열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반려동물 분야에 스타트업이 대폭 늘어 박람회 참여 수가 늘어나 반려동물 종별 단독 박람회를 열 만큼 규모가 커진 것이다.
베이비페어 모습. 벡스코 제공업계에서는 이같은 반응을 유의깊게 보고 박람회에 반영하고 있다.
임신·육아포럼에 첫 아이를 가진 초보맘들이 많이 찾는 만큼, 아이들에게 직접 먹이고, 입히고, 사용할 물품에 대한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또, 기백만 원을 웃도는 유아용품을 온라인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심리를 역이용해 최상급, 프리미어 제품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아이 한 명에 주머니 10개가 있다는 신조어 '텐포켓' 트랜드에 맞게 온가족이 박람회를 통해 일종의 '관광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전시기획사인 M사 윤상필 이사는 "결혼, 임신육아 관련 박람회가 저출생 현상과 맞물려 예전보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갈수록 고가, 접하기 어려운 제품에 소비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박람회도 단순 물건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찾아 콘서트, 식음료, 체험을 즐기면서 필요한 것에 지갑을 여는 방식으로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국 4대 베이비페어 시장 중 부산은 여전히 큰 시장이다. 벡스코가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은곳에 있고, 부산뿐 아니라 인근 울산, 경남에 있는 관람객까지 끌어들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구성으로 채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