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을 둘러싼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이 현실화 된 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현장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 당해 다른 곳으로 이송한 건수가 전공의 이탈 사태 이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대원들 사이에선 현장 거부 뿐 아니라 '전화 거부' 사례까지 포함하면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 19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90일 동안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환자 수용을 한 번 이상 거부 당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재이송 건수'는 총 30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 190일 동안인 작년 8월 11일부터 올해 2월 17일까지의 집계치(2099건) 대비 약 46.3% 증가한 수치다. 두 번 이상 재이송이 이뤄진 건수도 같은 비교 기간 61건에서 11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직 사태 후 190일 동안 집계된 재이송 건들과 관련해 병원이 내세운 수용 거부 사유들을 살펴보면, '전문의 부재'가 가장 많았다. 해당 이유로 구급대 재이송이 이뤄진 건은 전체의 40% 비중인 1216건에 달했다. 이전 190일 동안 같은 사유로 발생한 구급대 재이송 883건 대비 37.7% 증가한 것이다.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던 전문의 이탈도 잇따르면서 의료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비교 기간 지역별 재이송 건수를 보면, 서울이 250건(사직 사태 전)에서 455건으로(사태 후) 82% 늘었고, 인천은 85건에서 212건, 대전 13건에서 57건, 강원 156건에서 308건, 제주 80건에서 186건 등으로 폭증했다.
구급대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소방관은 "보통 병원에 찾아가기 전에 직접 병원 응급실에 연락해 빈자리 등 이송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데 최근 구급대원들은 병원 측의 수용 거부로 '전화 뺑뺑이'를 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통계에 잡히진 않았지만 구급대원들이 전화로 거절당한 경우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불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건영 의원은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발생한 후에 응급실 뺑뺑이가 크게 늘었다"며 "추석 연휴에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 하는 모양새는 더 이상 안 된다.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된 만큼 빠른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