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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진화하다…'부천국제영화제'의 판타스틱 도전



경인

    'AI'로 진화하다…'부천국제영화제'의 판타스틱 도전

    영화계 새로운 패러다임 '인공지능'
    내달 개막 28회 BIFAN, 핵심은 AI
    국제경쟁 'AI 부문' 신설…15편 초청
    "신기술로 자본 한계 극복, 외연 확장"
    장르별 장·단편 해외 수작들 총 집합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손예진'
    로저 코먼 추모전, 카니발 등도 마련
    조용익 시장 "영화제 진화…적극 지원"

    권한슬 감독의 AI 단편영화 'One More Pumpkin' 주요장면. BIFAN 제공권한슬 감독의 AI 단편영화 'One More Pumpkin' 주요장면. BIFAN 제공
    악마의 얼굴 모양인 집채만 한 호박이 큰 입을 벌리며 기괴한 표정을 짓는다. 농장에는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낡은 호박들은 귀신 형상을 하며 움직인다. 호박농장 주인인 늙은 부부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는 등장만으로도 오싹함을 자아낸다. 끝내 노부부는 사자의 저주를 받는다. - 원 모어 펌킨(2023)
     
    권한슬 감독의 영화 '원 모어 펌킨'을 완성한 건 사람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다. 배우와 고난도 그래픽부터 생생한 음성·효과음까지 실사가 아닌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
     
    제작 기간은 단 닷새. 3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공포감 짙은 영상미와 구도의 독창성은 실사 영화를 압도한다. AI가 영화계의 혁명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국내 대표 장르영화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AI에 주목한 이유다.
     

    AI작품 경쟁 신설, 영화계 패러다임 전환 포용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포스터. BIFAN 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포스터. BIFAN 제공
    21일 제28회 BIFAN 사무국과 경기 부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 BIFAN에서는 영화 제작의 새로운 '도구'로 급부상한 AI가 화두다.
     
    핵심은 신설된 '부천 초이스: AI영화'다. AI 영화들만 별도로 국제경쟁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처음 마련된 것. 영화에 적용된 AI의 기술적 가치와 이를 통해 표출된 예술성과 메시지를 종합 평가해 우열을 가린다.
     
    경쟁작으로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작품은 모두 15편이다. 신기술을 도입해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특성상 모두 러닝타임은 10분 이내로 제작됐다.
     
    출품작은 원 모어 펌킨을 비롯해 △어나더 △코끼리가 들려주는 말 △파이널 씬 △제너레이션 △발전의 주기) △키스/크래시 △라텍스 키드 △이상한 서커스의 소동 △폭설 △트레타 △언더 더 사인 오브 더 문 △만사형통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걸까? △안타깝지만 넌 AI 아티스트인걸 등이다. 심사를 거쳐 2개 부문에서 AI영화 수상작들을 선정하게 된다.
     
    기존 영화제작에서는 배우와 장소 섭외, 촬영장비 구비와 후반 보정작업 등이 필수였지만, AI를 활용하면 이런 준비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실사영화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괴이한 풍경이나 공포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장르영화에 비중을 두고 콘텐츠를 다각화하고 있는 BIFAN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셈이다.
     
    영화제작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포용함으로써 영화제의 외연을 넓히고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게 BIFAN 측의 구상이다.
     
    영화제 홍보 최전선에 배치된 공식포스터 이미지도 AI가 영상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소재로 삼고 있다. 또 BIFAN은 초청작 상영뿐만 아니라, AI 필름 메이킹 워크샵 등도 마련해 영화제작의 새로운 비전과 생태계를 연구한다.
     
    BIFAN 신철 집행위원장은 "재능이 있으나 자본 투자의 벽에 가로 막혀 있던 미래 인재들의 좌절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는데, 생성형 AI의 출현과 그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며 "최첨단 기술은 최소한의 경비로 신인 감독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혁명적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올해도 '장르'영화의 진수 …아시아 작품들 약진

    개막작 LoveLiesBleeding 장면. BIFAN 제공개막작 LoveLiesBleeding 장면. BIFAN 제공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개·폐막작을 비롯한 여러 장·단편 초청작들은 '장르'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개막작은 독특한 감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이다. 지난 24회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던 로즈 글래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거칠고 화려한 80년대 범죄 로맨스 분위기를 재현해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냈다.
     
    폐막작으로는 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 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칸 영화제에 초청돼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과 액션을 균형 있게 표현한 완성도 높은 장르영화로 꼽힌다.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에는 장편 8편, 단편 9편이 엄선됐다. 예년보다 아시아 지역 장르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심사를 통해 장편 3개, 단편 2개를 시상한다.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부문별 관객상도 있다.
     
    국내경쟁 부문인 '코리안 판타스틱'에서는 오컬트, 코믹 학원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등 다채로운 장르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11편의 장편 영화들이 상영된다. 올해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세입자',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에스퍼의 빛' 등 역대 NAFF(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 선정작들이 대거 장편으로 완성돼 BIFAN을 찾는다. 단편 부문에는 기발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16편이 경쟁을 벌인다. 시상작은 장편 4개, 단편 1개다.
     

    아시아 거장·배우 손예진과의 만남도…'놀이터' 같은 영화제

    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손예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시아 거장들과의 만남도 있다. 장르의 대가이자 홍콩 누아르의 상징으로 꼽히는 두기봉 감독과 웃음의 제왕, 일본 영화계 전설인 미타니 코키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4K로 재탄생한 '용호방(2004)'을 비롯해 '멋진 악몽(2011)' 등 대표작 상영과 함께 진행되는 두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거장이 직접 하는 수업)는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들을 조우할 기회다.
     
    또 1993년 전설의 단편 '비명도시' 이후 30년의 세월을 한국 영화 최전선에서 지켜온 김성수 감독과 팬들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비명도시',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최초 상영한다.
     
    BIFAN을 대표하는 장르인 호러 영화 신작들도 대기 중이다. 포크 호러 계열 작품들의 강세 속에 20세기 호러 영화 양식을 정교하게 복원하는 영미권 신작들의 레트로 감성,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린 동남아시아 호러 영화의 참신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아즈라엘(E.L. 카츠)', '버드이터(잭 클락, 짐 위어)', '블러디 이스케이프:지옥의 도주극(타니구치 고로)' 등 17편이다.
     
    SF와 범죄 누아르 영화는 모두 15편이다. 인간 삶에 스며든 AI기술, 또 대표적인 사회문제인 성폭력과 젠더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주목되는 경향이다. 작품은 '이제 숨 쉬어(레티시아 토노스)', '아카디안(벤자민 브루어)', '배드 액터(호르헤 쿠치)', '바디 오디세이(그라치아 트리카리코)', '컨센트(바네사 필로)' 등이다.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배우 손예진이다. BIFAN은 2017년부터 한국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특별전을 열어 왔다. 전도연·정우성·김혜수·설경구·최민식이 선정된 바 있다. 이번에는 '독보적 손예진(One and Only SON Ye Jin)'이라는 타이틀로 배우 기념 책자 발간과 메가 토크, 사진전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5월 98세로 타계한 미국 B급 영화의 대부였던 로저 코먼의 추모전도 열린다. '컴퍼니로서의 작가: 로저 코먼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주제로 '흡혈식물 대소동(1960)'과 '더 테러(1963)' 등 대표작 상영과 평론가 강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모든 관객과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7월의 카니발'도 있다. 댄스파티와 체험 놀이터, 물총싸움 등을 비롯해 찾아가는 동네 영화관과 한여름 밤의 시네 페스타 등 무료 상영회도 마련됐다. 영화제 주변 거리에서 펼쳐지는 '별난 상점'은 지역 상권 활성화의 장이 될 전망이다.
     
    7월 4일~14일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부천시 랜드마크인 부천아트센터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새롭게 추진된 'BIFAN+ AI' 공식 사업을 통해 첨단영상산업의 허브로서 부천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의 가장 뿌리 깊은 국제문화축제이자 아시아 최대 장르 영화제로서 시민들의 자부심이 크다"며 "올해 첨단 기술이 접목된 영화제로 진화해 더 의미가 남다르다. 시의 재정·행정적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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