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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평행선 달리는 의·정…'조건'이 달라



보건/의료

    "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평행선 달리는 의·정…'조건'이 달라

    의료계 '대화할 준비 돼 있어'…정부 '환영' 입장
    의료계 "증원 원점 재검토에서부터 시작하자"
    정부 "비현실적 '조건' 받아들일 수 없어…국민 지지"
    의대 교수들, '정부 정책 자문 일체 보이콧'…의협, 대학 총장에 호소도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복귀는 요원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 "대화하자"는 말만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정은 표면적으로는 대화할 의지를 보이는 듯하지만, 양측이 바라보는 '대화의 조건'이 달라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데 대해 정부가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과 비공개 긴급회의를 마친 뒤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도 SNS에 '대통령과 일대일 토론하자'며 정부에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는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각하 결정한 이후 줄곧 의료계를 향해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의협이 회의를 마치기 전부터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대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언제든 어떤 형식이든지 대화에 임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도 이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형식과 논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협의 입장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정부는 그 형식과 의제에 제한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의료계가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거두고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증원, 원점에서 재검토" vs "재검토 자체가 조건"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이렇게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대화하자"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실제 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있는 데는 '대화의 조건'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어서다. 양측은 줄곧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해왔다.

    먼저 의료계에서 '조건 없는 대화'란 의대 증원 자체를 백지화한 뒤 만나자는 의미다.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부터 함께 재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을 확정한 뒤 만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자체가 '조건'이라고 본다. 의료계가 조건을 내걸고 대화 자리에 앉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의대 증원은 정부의 의료개혁의 핵심으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국민 여론과 여야 정치권과 더불어 사법부까지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22일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했다.

    또 "의대 증원 정책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국민의 72.4%는 의대 2천명 증원을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는 국민 전체의 이익 관점에서 의대 증원이 꼭 필요하고 시급한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해 줬다"며 "의대증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전공의·의대생 설득하려면 '재검토 카드' 필요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병상에 누워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병상에 누워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얻어내지 못하면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특히 의료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을 설득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의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가진 통화에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을 설득해 복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라며 "설득하기 위해서 교수들이 '증원 재검토' 카드를 들고 가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증원 재검토'만 해준다고 하면 교수들이 알아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설득해 보겠다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말해 왔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 40개 의대 교수가 모인 단체인 전의교협은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향후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교육 정책 자문을 일체 보이콧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향후에도 전문성을 무시하고 동일하게 반복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전국 의대 교수들은 거수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기로 했다"며 "'의료 및 의학교육 정책에 대한 불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의대 입학정원 증원 학칙 개정과 관련해 대학 총장들에게 "재검토 해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대학 총장들은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다"며 "부디 '정치 총장'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학생들의 미래와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고뇌한 교수들의 부결 결정을 뒤집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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