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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의문, 법리 충돌…'유학생 육아도우미' 논란



경제정책

    수급 의문, 법리 충돌…'유학생 육아도우미' 논란

    핵심요약

    尹 지시에 노동부 "구체적 제도 마련해나갈 계획"
    언어능력 유학생 적어…국공립 시설 선호도 높아
    "최저임금 제한 받지 않고"…차별 등 논란 소지도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저출산 대책으로 외국인 육아·가사도우미 도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유학생'까지 대상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제도의 실효성 여부는 물론,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까지 불거지는 양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오후 "국민의 돌봄 부담 완화와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외국인력의 근로 보호도 보장해나가겠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냈다. 당일 오전 '16만3천명의 유학생' 등 국내체류 외국인의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을 허용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나오고,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낸 자료다.
     
    설명자료에서 노동부는 지시 사항의 추진 의사를 밝혔다. 노동부는 "우리사회 생활에 이미 적응해 있고 언어능력도 높은 국내체류 외국인을 활용한다면, 당사자들에게는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는 다양한 돌봄서비스 수요 충족을 위한 선택권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는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면서, 외국인력의 근로여건을 충실하게 보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돌봄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학생이 통치자 입을 통해 육아도우미 검토 대상으로 공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2022년 말 고용허가제 개편 추진 이후 현정권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 정책이 진행 중이나, 유학생이 공개 거론된 것은 지난해 7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제안 외에 딱히 없었다.
     

    유학생 육아도우미? 수급 환경은

    정부 설명대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한국 사회에 적응했고 언어능력도 높은' 외국인이 요구된다. 이같은 역량을 확보한 유학생들이 충분히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이 대학·전문대학·일반대학원 외국인 학생 언어능력 충족비율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전문대학 3급 이상) 등 학교에서 요구하는 언어능력을 충족한 학생은 절반도 안됐다. 4년제 대학이 47.4%, 대학원이 48.2%, 전문대학이 22.4%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유학생 등 외국인 육아·가사 도우미가 얼마나 선호되고 있느냐도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민간 육아도우미를 희망하는 경우는 미미했다.
     
    보고서에는 6세 이하 미취학자녀가 있는 3010명 대상 희망 돌봄서비스를 설문한 결과, 국공립어린이집 29.1%, 가정민간어린이집 18.4%, 가족(본인·배우자·부모) 17.6% 등의 순으로 많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간 돌보미는 0.7%였고,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보미도 1.5%에 그쳤다.
     

    최저임금 미적용? 법리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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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발언에서 주목된 또 다른 지점은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은 '가사(家事) 사용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학생 육아도우미는 최저임금 보장을 못받는 게 맞다.

    그러나 육아·가사 도우미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보완 입법이 완료된 상태여서 단언할 수 없다. 2022년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은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유학생 도우미에게도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근거다.

    이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끼고 고용된 경우만 적용되는 법이니, 직고용 유학생은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유학생 도우미 채용도 '기관'을 끼고 이뤄질 공산이 크다. 어린이집 학대 빈발로 내국인 보육교사마저 신뢰를 잃는 현실에서, 공인된 기관의 신원확인도 없이 외국인에게 육아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가사근로자법 아래에서는 외국인 육아도우미의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국적에 따른' 최저임금 차별 논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여당의원 발의로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한다'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적에 의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및 ILO의 협약과 상충될 우려"(환노위 검토보고서)대로 계류 중이다.
     
    노동계는 유학생 육아도우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쏟아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위급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부족한 어린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영유아기 아이를 맡긴다고? 그것도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라며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정부가 일종의 지침을 내린 셈"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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