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담화를 내고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 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이상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기시다 후미오) 수상의 구상이 인기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북한의 방위권과 납치자 문제 등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조건으로 기시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25일 담화를 내고 "최근에도 기시다 수상은 또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단순히 수뇌회담(정상회담)에 나서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불신과 오해로 가득찬 두 나라 관계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지나온 조일관계(북일관계)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며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 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이상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수상의 구상이 인기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것은 일본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한사코 적대시하며 주권적 권리를 침해할 때에는 우리의 적으로 간주되여 과녁에 들어오게 되여 있지 결코 벗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2월 9일 예산위원회에서 북일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면서 "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상끼리 관계를 구축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북일 당국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비밀접촉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2월 15일 담화 당시에도 북일대화에 대해 '조건'을 걸었다.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 사죄하고 생존 피해자 5명을 귀국시킨 뒤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를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도 "진심으로 일본이 두 나라 관계를 풀고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되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 자국의 전반 이익에 부합되는 전략적 선택을 할 정치적 용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정하고 평등한 자세에서 우리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 이익을 존중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위력 강화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일본에 안보 위협으로 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그러면서 "수상은 우리 정부의 명백한 입장을 알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며 "자기가 원한다고 하여, 결심을 하였다고 하여 우리 국가의 지도부를 만날 수 있고 또 만나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상은 알아야 한다"고 비판적 어조로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 담화 첫머리에 '지난달 나는 개인적 소견을 밝힌 바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번에는 끝에 '우리 정부의 명백한 입장'이라는 말을 덧붙여 이 메시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담겨 있음을 직접적으로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