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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파묘' 차곡차곡 쌓인 공포 끝에 똬리 튼 '험한 것'



영화

    [노컷 리뷰]'파묘' 차곡차곡 쌓인 공포 끝에 똬리 튼 '험한 것'

    핵심요약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대중적이면서도 민족적인 '장재현표' 오컬트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오컬트 장인'으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이 매니악하고 전문적인 오컬트를 선보였던 '사바하'보다 비교적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민족적인 오컬트 '파묘'로 돌아왔다. '파묘'는 한국과 일본의 오컬트적인 요소는 물론 유머와 장점 등 장재현 감독만의 음양과 오행이 어우러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컬트로 탄생했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惡地)에 자리한 기이한 묘를 본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그리고 결국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게 된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오컬트 영화의 전통적인 소재인 '구마'(驅魔)에 후광이 비치는 사제의 조합으로 'K-오컬트'를 선보인 '검은 사제들'과 종교와 미스터리 추리극을 합친 듯한 새로운 오컬트를 선보인 '사바하', 단 두 작품으로 '오컬트 장인'이란 수식어를 획득한 감독이 바로 장재현 감독이다.
     
    무덤을 파낸다는 의미의 '파묘'라는 제목처럼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은 '풍수'다. 잘은 몰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적인 문화, 즉 풍수지리와 무속 신앙, 장례 문화 등을 바탕으로 이른바 '음모설'처럼 떠도는 이야기, 또한 국내를 넘어 일본의 오컬트적인 부분까지 담아내며 대중 친화적인 '장재현표 K-오컬트'를 완성했다.
     
    '대중 친화적'이란 말처럼 기본적으로 오컬트 장르인 '파묘'는 무난한 공포감에 '검은 사제들'에서처럼 캐릭터성을 높였다. 상덕, 화림, 봉길, 영근 등 네 명의 캐릭터가 각각의 역할을 맡아 하나로 뭉치는 일종의 팀업을 더한 또 다른 색채의 오컬트다.
     
    특히 기독교 집사인 장재현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기독교 유머'를 비롯해 다양한 유머 코드를 집어넣음으로써 호러 장르를 잘 즐기지 못하는 관객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도록 강도를 조절했다. 덕분에 전작들보다 웃을 수 있는 구간이 많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총 6개의 장으로 이뤄진 영화는 초반부터 천천히 영화 속 '험한 것'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들을 조금씩 던지는 동시에 서사와 긴장, 공포를 차근차근 착실하게 쌓아간다. 예고편에서부터 감독이 숨겨 놓은 단서들을 포착했던 관객이라면 영화 속 조금 더 구체적인 단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감독이 안배해 놓은 단서들을 모아가며 과연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험한 것'의 정체는 무엇이며 종장에 이르러서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할지 추리해 가는 재미도 있다. 이러한 단서들은 영화 초반부터 이미지와 대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파묘'를 보다 보면 1990년대 '오컬트 붐'을 일으켰던 소설 '퇴마록'이나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이야기한 '퇴마록'이나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감독 유상욱) 등 오컬트나 스릴러 장르의 소설,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종종 등장했던 '쇠말뚝'이 핵심 소재로 등장한다.

    '쇠말뚝'을 둘러싼 일종의 음모론이란, 일본이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풍수지리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을 오컬트 영화로 끌고 온 감독은 '땅'이 은유하는 바와 땅에 담긴 사람의 욕망, 우리 민족의 한과 염원 등을 담아냈다.

    그리고 파묘로 시작한 으스스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결국 산 것과 죽은 것이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끊어진 것은 다시 이어진다는, 음양오행의 조화가 담긴 결말로 마무리된다. 가장 한국적이고, 민속적이면서도 가장 오컬트스러운 마무리인 셈이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쇠말뚝이 등장했듯이 '험한 것'은 당연히 '일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오컬트 콘텐츠 속 등장하는 '오니'를 닮은 '험한 것', 누레온나(濡女·젊은 여자 얼굴에 뱀의 몸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일본 요괴)를 연상케 하는 사람 머리를 한 뱀 등 귀신, 요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일본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어 한국적인 귀신과는 다른 낯섦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극 중 문제의 인물인 '여우 음양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일본 오컬트 콘텐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아베노 세이메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영화 안에 담긴 다양한 한국과 일본의 오컬트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것 역시 '파묘'의 재미 중 하나다.

    이러한 '험한 것'에 대항하는 것은 결국 음양오행의 묘리다. 대사 중 "땅 팔아 먹고산다"는 내용의 여러 표현이 나오는데, 제목에서부터 암시하듯이 '파묘'의 중심 사건과 인물들은 모두 땅으로 먹고살거나 죽는다.
     
    친일 행적을 통해 땅을 얻고 부를 축적한 의뢰인의 집안, 우리나라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고 이를 지키기 위해 '험한 것'을 우리 땅에 둔 일본,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인물인 상덕 모두 '파묘'의 근간인 '땅'으로 얽혀 있다. '땅'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삶과 죽음이 나뉜다는 점은 여러 가지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이처럼 제목부터 시작해 각 인물, 소재, 직업, 단서 등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하나의 흐름으로 모이는지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사바하'를 떠올리게 한다.

    '파묘'는 험할지언정, 화림의 말마따나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이 있는 음양의 묘리처럼 감독은 인간적인 면모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엔딩으로 마무리하면서 긴장과 공포 속에 놓여 있던 관객들을 다시 밝은 세상을 이끈다. 이 역시 장재현 감독 영화의 특징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영화 '파묘' 캐릭터 포스터.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캐릭터 포스터. ㈜쇼박스 제공배우 최민식이 대살굿 촬영 당시 김고은 연기를 보며 '투잡'을 우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김고은은 실제 무당들의 굿 장면을 많이 관찰한 것처럼 섬세한 동작과 연기를 선보인다. 최민식 역시 첫 오컬트임에도 '믿고 보는 배우' '대한민국 대표 배우' 등의 수식어에 걸맞게, 완벽하게 풍수사 상덕 역으로 몰입을 높인다.
     
    무당 봉길과 장의사 영근 역의 이도현, 유해진 역시 캐릭터가 가진 특성과 영화 안에서의 역할을 120%로 해내며 감독이 원하는 오컬트적인 부분과 대중적인 부분 모두를 수행한다. 이들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파묘'의 엔딩에 이르면 '퐁당퐁당' 법칙처럼 다시 대중 친화적인 오컬트로 돌아온 장재현 감독이 다음 영화에서는 '사바하' 때처럼 매니악한 오컬트를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과 '파묘'처럼 또 새로운 형식의 오컬트를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게 된다. 그만큼 오컬트에 대한 높은 이해와 깊은 사랑이 만든 결실은 만족스럽다. 어떤 식의 오컬트든 부디 '오컬트 장인'의 수식어를 쭉 이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영화 속 거듭 이야기되는 위도와 경도가 궁금한 관객들을 위해 38.3417, 128.3189의 숫자를 남긴다. 지도에 검색해 보면 한 장소가 나온다.
     
    134분 상영, 2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파묘' 메인 포스터.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메인 포스터.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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