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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이순신 장군은 왜 '노량'서 완전한 항복을 외쳤나



문화 일반

    [노컷 리뷰]이순신 장군은 왜 '노량'서 완전한 항복을 외쳤나

    핵심요약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 말하지 말라)
     
    이순신 장군은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왜구가 쏜 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은 후 쓰러지면서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 말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이순신 장군을 아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마지막 말에 담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이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 '노량: 죽음의 바다'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이순신(김윤석)은 왜군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왜군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한다.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백윤식)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10년을 이어온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을 거쳐 '노량: 죽음의 바다'(2023, 이하 '노량')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번 작품은 성자(聖者)이자 명장 혹은 영웅이라 불리며 세계 해전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제독(해군 함대의 사령관)으로 일컫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이자 최후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일찍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노량'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반부는 조선, 명, 왜 3국의 정세와 그 사이사이를 파고든 정치를 보여준다. 즉, 각 나라의 사정은 물론 조선 안에서도 엇갈린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임진왜란의 모습이 전반부 핵심이다. 이는 노량해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모습이자 김한민 감독이 그리고자 한 '노량' 이순신 장군의 키워드인 '현장'(賢將·현명한 장수)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토대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모두가 이미 끝난 전쟁이라고 외치는 것은 현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권력을 가진 이들의 지극히 정치적인 시선에서 비롯한 발언이다. 그러한 가운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건 이순신 장군뿐이다. 7년이라는 긴 시간 이어진 전쟁의 한복판에서 왜군과의 싸움을 반복하며 이순신 장군이 만난 건 자신의 동료와 아군을 비롯한 모든 이의 죽음, 다시 말해 전쟁의 진짜 얼굴이다.
     
    마지막 전투에 앞서 이순신 장군은 상자에 담긴 조선인의 수급(首級·싸움터에서 베어 얻은 적군의 목)을 보며 분노하고, 모든 전사자의 이름이 적힌 명부를 받아 든 채 그것을 바라보며 적의 '완전한 항복'을 다시금 다짐할 수밖에 없다.
     
    찰나에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많은 목숨이 스러져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던 위치에 있었던 이가 이순신 장군이다. 준사에게 절대 죽지 말라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던 인물도 이순신 장군이다.
     
    그렇기에 적당한 화친과 적당한 물러서기로 적당하게 얻는 승리가 아닌 완전한 항복이 있어야 했다. 결국 비극적인 결론이지만, 반복되는 전쟁이라는 재난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압도적인 전쟁의 결과, 즉 완전한 항복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10년을 달려온 것이기도 하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이순신 장군이 왜 그토록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고자 죽음도 불사했는지 그리고 전쟁이란 얼마나 참혹한지를 잘 드러내는 건 롱테이크로 찍은 해전이다. 조선군과 명군, 왜군이 뒤섞여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의 목을 베었던 아군도 순식간에 또 다른 적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이러한 혼전을 목도한다. 이를 통해 깨닫는 것은 전쟁의 참상이다.
     
    전쟁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무엇을 남기는지 등을 생각하게 만든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승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영화의 부제처럼 '죽음의 바다'로 변한, 전쟁이라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한 현장(賢將)의 고뇌와 슬픔, 책임은 꿈을 비롯한 다양한 시퀀스로 표현된다.
     
    김한민 감독이 '노량'에서 보여주는, 100분에 걸쳐 이어지는 롱테이크 전투 신에는 10년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거대하고 복잡한 동선의 난전(亂戰)은 '이순신 3부작'의 가장 큰 볼거리로 완성됐다. 노하우와 연출력에 VFX(시각특수효과), 촬영, 사운드 등 프로덕션이 결합한 전투 신은 역사 속 임진왜란이 얼마나 치열하고 또 처절했는지 스크린으로나마 엿보게 해준다.
     
    '이순신 3부작'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매번 달라지는, 이순신 장군 역을 연기하는 배우다. '노량' 속 이순신 장군 역의 김윤석은 '이순신 3부작'과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그리는 데 전혀 부족함 없는 열연을 펼쳤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슬픔, 결기를 빼어나게 그려내며 관객을 스크린에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만큼 중요한 게 이순신 장군의 대척점에 선 적장 시마즈를 연기할 배우였다. 백윤식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시마즈를 그려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의 호연은 시마즈의 마지막 순간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이 밖에도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등은 물론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박용우, 여진구가 '노량'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마치 '명량'으로 회귀한 것처럼 '한산: 용의 출현'에 비해 일부 캐릭터는 약해지고, 감정은 더욱 넘친다는 것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에필로그는 사족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북소리를 통해 관객 스스로 이순신 장군의 유훈과 영화가 주는 여운을 깊이 곱씹을 수 있도록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52분 상영, 12월 20일 개봉, 에필로그 있음, 12세 관람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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