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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해외 진출 방지법인가"…플랫폼법에 IT업계 '부글'



IT/과학

    "플랫폼 해외 진출 방지법인가"…플랫폼법에 IT업계 '부글'

    공정위, 플랫폼법 제정안 입법 추진 방침 발표
    유럽식 사전 규제+반칙 행위 금지가 핵심
    '방향성' 나왔지만 '세부 기준' 나오지 않아
    역차별 규제 논란·부처 조율도 문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확실한 건 플랫폼 기업이 해외 진출은 절대 못할 거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인 입장에서 해외로 진출해 매출이 많이 발생했다고 칩시다. 그게 연결 재무재표로 우리나라 매출로 잡히게 되면 '사전 규제' 대상이 될 텐데 그럼 그냥 해외 본사를 따로 만들어서 해외에서 사업 하는 걸 선택하겠죠.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법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 규제로 낙인 찍게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플랫폼 해외 진출 방지법'이 될 겁니다. 글로벌 진출 하지 말란 말이죠."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법)' 제정안에 대한 입법 지침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지적한 플랫폼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IT(정보기술)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을 압박해오던 전 정부와 달리 '킬러 규제' 철폐를 주장했던 현 정부가 갑자기 전 정부와 비슷한 기조의 규제법을 들고 나온 탓이다. 업계는 '사전 규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현실화 됐을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플랫폼법 핵심 ①사전 규제 ②반칙 행위 금지


    공정위가 19일 입법 추진 방침을 밝힌 플랫폼법의 핵심은 ①지배 기업 사전 지정과 ②반칙 행위 금지다. 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반칙 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정 기준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공정위가 '방향'만 밝혔을 뿐이다.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을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한다고 했다. 지정 과정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 제출, 지정 후 이의 제기, 행정 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칙 행위를 했지만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업자 스스로 증명할 경우에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EU의 DMA와 유사…공정위 '시장 경쟁 회복 골든 타임 안 놓칠 것"


    지배적 기업의 '사전 지정'과 부작위 의무 부과, 증명 책임 전환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DMA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관문(gatekeeper·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 규모의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안이다. 플랫폼의 △EU 활성 사용자가 최소 월 4500만명이고, △지난 3개 회개연도 매출액 75억유로(약 10조 7천억원),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7조 1천억원) 이상인 경우 게이트키퍼 요건에 해당된다.

    공정위가 공룡 플랫폼 업체의 사전 지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경쟁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플랫폼 시장은 적자생존의 경향이 굉장이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쟁에서 이긴 1위 업체가 시장을 빠르게 독점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고사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흐름이 계속돼왔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이같은 플랫폼 시장을 충분히 규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전 규제'로 제재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부당 행위 발생 시 빠른 제재를 통해 시장 경쟁이 회복되도록 하겠다는 게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안을 만들려는 목표다.

        

    역차별 규제 논란·부처 조율, 제정까지 '산 넘어 산'


    플랫폼법 제정안까지 가는 과정은 '산 넘어 산'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번에 공정위가 내놓은 플랫폼법 입법 지침에서 '뼈대'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부처 간 조율, 업계의 강한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서이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사전 규제'를 할 때, 그 규제 대상 지정 '기준'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날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부처 및 국회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겠다는 계획만 밝혔다. 공정위는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결국 국내 플랫폼 기업만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통상 마찰 때문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은 규제 대상이 될 수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매출이 일어나는 것도 몰라서 조세 당국이 세금을 못 때리는데 거대 해외 플랫폼이 공정위 얘기를 들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최근 사전 규제 도입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참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의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며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대형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면 신규 투자는 물론 기업 생태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플랫폼 사전 규제→투자·신사업 위축→일자리 감소 및 사업 철수→스타트업 협업 및 창업 위축 등 부작용이 특정 기업에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장비 기업, 스마트폰이나 서버 장비 등을 만드는 회사가 많지 않은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내 인력도 문제다. 국내 IT 종사자들도 많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데 그런 좋은 취업 기회를 막는 셈 아니겠느냐"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지정 기준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정 기준을 △연평균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이고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가 월평균 1000만명 이상이거나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수가 월평균 5만개 이상인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해서 이중 제재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규제법)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다만 내용상 위반 행위 범위를 어떤 식으로 할 거냐, 사전 지정을 어떤 요소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할 거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박주민 의원 안과는 전혀 다른 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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